두통 진료실에서 건네는 조언 09화
당 떨어지면 머리가 아파요~
밥때가 늦어지면 꼭 머리가 아파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공복 두통은 저혈당 때문일까요?
= 공복 두통의 원인은 단순히 저혈당 때문이 아니라 뇌의 에너지 대사 조절 문제(brain energy regulation) 때문일 수 있습니다. 대사 유연성이 약해서입니다.
공복 두통이 잦았던 과거의 제가
공복 두통이 올 때마다 실시간으로 측정을 하거나
환자분들에게 혈당기를 드려서 측정하여도
심각한 저혈당일 때는 드뭅니다.
= 저혈당의 의학적인 기준은 당뇨병처럼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대개 50~60 mg/dL 또는 70 mg/dL이하를 임상적인 기준으로 삼습니다.
사람마다 저혈당 증상이 오는 혈당수치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 아산병원 기준 참조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602
공복 두통에서 혈당을 측정해보면
많은 경우에 혈당 수치는
거의 80mg/dL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상 범위죠. (더 낮은 경우도 물론 있지만 적습니다)
= 정상인의 공복 혈당 : 70~100 mg/dL
- 대한당뇨병학회 자료
https://www.diabetes.or.kr/general/info/treat/treat_01.php
공복 두통은 심각한 저혈당 때문에 생기는 일은 드뭅니다.
인슐린을 투여하는 환자들은 자주 꽤나 낮은 저혈당(60mg/dL이하)을 경험하지만, 그때마다 두통을 겪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굶고 머리가 아픈 것은
공복 두통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저혈당 두통이라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굶으면 자연히 혈당이 떨어지지만
저혈당이라고 누구나 언제나 두통이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그런 분들은 따로 있습니다.
국제두통질환분류(ICHD-3)의 정식 명칭은
→ 10.5 공복에 기인한 두통
= Headache attributed to fasting
줄여서 공복 두통이라고 부릅니다.
공복두통 진단기준은
= A. 전반적인 두통으로 편두통 또는 그 아형의 기준은 충족하지 않고, 아래의 진단기준 C를 충족하는 두통
B. 환자는 8시간 이상 공복함
C. 다음의 모두로 인과관계가 입증됨:
1. 두통이 공복 중에 발생함
2. 두통이 식사 후에 의미있게 호전됨
공복 8시간은 필수적인 요건이 아닙니다.
- 길거나 짧을 수 있습니다.
- 임상적으로 보면 대개 공복두통은 8시간보다 짧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 주로 3~8시간 사이가 더 많죠.
저혈당도 진단 기준에는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공복두통은
굶고 허기질 때 얻은 두통이고
식사를 통해 호전되는 두통을 의미합니다.
Headache has significantly improved after eating.
- 식사는 굳이 밥이 아니라도 됩니다.
- 사탕이나 초콜릿도 무방합니다.
- 당분을 섭취하면 좋아집니다.
공복 두통은 음식을 먹으면 해결됩니다.
그렇다면
먹어서 두통이 덜해지지 않으면 공복두통이 아닌 것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공복 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분은 드뭅니다
굶어서 생긴 두통은
음식을 먹으면 대개는 괜찮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만성두통환자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두통은 뭘 먹으면 금세 사라질 수도 있지만,
1) 음식을 먹어도 두통이 계속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그렇게 시작된 공복두통이 하루 꼬박 또는 며칠을 끙끙 앓게 되기도 합니다.
- 공복두통이 본격적인 두통의 서막인 셈입니다.
3) 공복두통이 생각보다 자주 찾아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잠깐 고등학교 생물 시간을 떠올려 볼까요?
- 탄수화물은 1g당 4kcal
- 지방은 1g당 9kcal
기억나시죠?
일상적인 식사에서
인체의 에너지는 주로 탄수화물에서 얻습니다.
피속의 당분 = 혈당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런데 만약 혈당이 부족해지면?
예,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로 쓰게 됩니다.
이 얘기를 왜 하느냐하면~
뇌의 에너지 대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뇌는 여러 종류의 연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포도당만 쓰는 것이 아니라
유사시에 젖산(lactate)과 케톤을 씁니다.
- 케톤은 지방의 분해 산물입니다.
공복 상태에서는 다음 변화가 나타납니다.
= insulin 감소, hepatic glucose production 증가, peripheral glucose uptake 감소
- 탄수화물이 부족하니까 자연히 인슐린은 줄어들고, 당분을 활용하는 능력도 감소하게 되죠.
그러면 당연히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써야 할 겁니다.
그런데 쓸 수 없다면?
에너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몸이 연료를 상황에 따라 잘 바꾸어 쓰는 능력을 대사유연성(metabolic flexibility)이라고 합니다.
대사유연성이 좋은 뇌는
포도당이 줄어도 다른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굶어도 아무렇지 않거나
공복에 약간 띵하다가 조금 더 지나면 두통이 사라지죠.
지방과 케톤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대사가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사유연성이 떨어지면
포도당 감소는 곧 에너지의 부족을 의미하게 됩니다.
에너지부족은 늘 두통이 준비된 만성두통환자에게 결국 두통으로 귀결되게 됩니다.
= 혈당 감소 → 시상하부 에너지 감지 → 교감신경 활성 →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 뇌 혈관 및 통증 시스템 변화 → 두통 발생
공복 두통을 자주 앓는 분들의 특징입니다.
식사가 늦어지면 두통
식사를 하면 두통 완화
단 음식이 당김
오후에 심한 피로
아침 공복 두통
단순히 보면 탄수화물 의존성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러한 에너지 전환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이 공복 두통이 자주 일어나는 분들의 숨은 이유입니다.
공복 두통은 단순히
“배고파서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뇌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통 치료는
단순히 통증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뇌의 에너지 안정성, 신경계 조절력, 몸 전체의 대사 균형을 함께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대사유연성을 기르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 혈당을 급속히 올리는 것도 몸에게는 스트레스입니다.
- 혈당 스파이크라고 하죠. 팍 오르면 또 팍 떨어지고..
그런 스트레스를 자주 반복할수록 몸은 점점 두통에 민감해지게 됩니다.
공복 두통은 그 자체가 몸의 에너지 대사이상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몸이 공복을 견딜 수 없어서 생기는 것이 공복 두통입니다.
부족한 에너지 대사 전환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몸의 요구입니다.
두통은 한 가지 이유가 아니라 여러 이유들이 누적되고 연결되어 일어납니다.
공복 두통뿐만 아니라 두통을 일으키는 배경을 몸전체를 스캔해서 찾고 치료를 설계해야 합니다.
머리 아플 때까지 굶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