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과 구토 : 메스꺼움과 토할 것 같은 이유

두통의 곁에서 07화

by 지월
머리 아픈 것만도 힘든데,
속까지 울렁거려서 죽을 지경입니다.


만성두통 환자들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메쓰껍고 토할 것 같은 기분 나쁜 느낌은 두통만큼이나 힘겹습니다.



두통이 오면 왜 메스껍고 토할 것 같을까요?


두통에 동반되는 오심(nausea)는
단순히 위장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뇌의 통증 시스템과 구토 조절 시스템이 동시에 활성화되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특히 편두통이나 만성두통에서는

통증을 처리하는 신경계가 뇌간(brainstem)을 자극하면서 구토 중추까지 함께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두통에서의 메스꺼움은

위장 문제라기보다는 신경계 반응에 가까운 증상입니다.


의학적이면서도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구토는 왜 일어날까요?


일반적인 오심과 구토의 원리

- 구토는 여러 이유로 생깁니다.

위 점막과 미주신경
전정기관
혈액 속 독성물질
뇌의 스트레스 신호


먹은 음식이 위장관의 점막을 자극하거나

몸이 흔들리며 멀미가 생기거나

독성 물질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거나

혐오적인 자극으로도 토할 수 있습니다.


몸이 위험한 자극을 감지해서

뇌간에 있는 구토 중추(vomiting center)에 신호를 보낼 때입니다.


이 신호들이 일정 수준 이상 모이면

우리 몸은 위 속의 내용물을 비워내야 한다고 판단하고 구토 반사를 일으키게 됩니다.


따라서 구토는 질병이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우리 몸을 스스로 보호하는 생리적 방어반응입니다.


그러면



두통에서 오심과 구토가 생기는 이유는?


두통에서 오심과 구토는 신경계 자극의 확산을 의미합니다.


울렁거림은 두통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인체의 SOS신호로 볼 수도 있습니다.


두통에서 통증 신호는 삼차신경혈관계(trigeminovascular system)를 통해 뇌간으로 전달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신호가 단순히 통증 회로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구토 중추와 자율신경계까지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두통이 발생하면

속이 울렁거리고
음식이 당기지 않고
심한 경우에 구토까지 나타납니다.


메스꺼움과 구토는 주로 편두통에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울렁거리고 토하면 무조건 편두통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심과 구토는 편두통에서만 생기는 증상이 아닙니다


머리가 띵하고 아픈 긴장형두통

일반적으로는 오심과 구토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긴장형두통도 만성화되면 울렁거리거나 토할 수 있습니다.


긴장형두통도 자주 반복되면 신경계가 자극에 민감해지고 자율신경 반응이 쉽게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중추감작(central sensitization)이 작용해서 통증신호는 점점 증폭되고 신경계는 점점 자극에 민감해져서 구토조절 네트워크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통증의 확장은 자율신경 조절의 이상을 초래하죠.


그리고 임상적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두통이 만성화되면,

긴장형두통과 편두통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게 됩니다.


두 유형을 모두 가지게 되죠.


그래서 장시간의 진료를 마치고나면

지월의 만성두통환자 진료차트에는

예를 들어

긴장형 두통 70% > 편두통 30%

이렇게 기록하게 됩니다.


속이 울렁거리고 토한다고 모두 편두통으로 단정지으면 안 되겠죠?



두통과 구토의 대처 방법


약은 가능한 빨리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편두통에서는 보통

트립탄 + 항구토제 조합이 자주 처방됩니다.

중요한 것은

두통이 심해지기 전에 복용하는 것입니다.


두통이 심해지고 구토가 시작되면 약의 흡수가 잘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러 패치형 약물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구토가 심하면 먹는 약이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구토가 있어도 물은 조금씩 마셔야 합니다

구토가 심하면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분이 부족하여 탈수까지 이르면 두통은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입이 조금이라도 마를 때마다 물은 꼭 드셔야 합니다.



구토가 때로는 두통을 완화시키기도 합니다


“토하고 나니까 머리가 훨씬 편해졌어요.”

이런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구토가 발생하면

자율신경 반응이 변하고
위장 압력이 감소하고
뇌간 신경활성이 일부 조절됩니다.

그러면서 두통이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토할 필요는 없지만

몸이 자연스럽게 구토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는

억지로 참으려 애쓰지 마시고 그냥 토하십시오.



같은 편두통인데 누구는 토하고, 누구는 왜 괜찮을까요?


이 차이는 개인의 뇌간 자율신경 반응 민감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발작의 신호가 통증회로 중심으로 그치면 두통만 나타납니다.

하지만 신호가 전해지는 범위에 따라

뇌간 구토 네트워크까지 확장되거나
자율신경계 반응성이 예민하거나
위 배출이 지연될수록 (gastric stasis) 심해집니다.


편두통 발작이 신경계에서 어떤 회로까지 확장되는가에 따라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두통만 있고

어떤 사람은 울렁거림이 있고

어떤 사람은 실제로 구토까지 하게 됩니다.


몸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해서 각자의 문제점을 찾는 노력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울렁거림의 감소는 치료의 호전을 의미합니다


만성두통 편두통 치료를 진행하다보면

한 가지 공통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통 + 오심 + 구토

가 함께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두통은 있어도 속이 울렁거리지 않는 단계로 바뀝니다.


“머리는 아픈데 속은 덜 울렁거려요.”

라고 표현됩니다.


아주 의미있는 변화의 신호입니다.

왜냐하면 이건

몸의 신경계가

과도한 자극 상태에서 점차 안정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두통을 치료하는 과정은

단순히 통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조절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두통과 구토가 같이 나타나는 이유 지월한의원.jpg Image by H. Hach from Pixabay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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