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의 곁에서 06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때마다 머리가 아픕니다.
뭐가 그렇게 약하냐~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정신력의 문제는 아닙니다.
스트레스가 두통을 일으키는 까닭은 정신력이 약한 것이 아니라 인체의 회복시스템이 지쳐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삼국지~하면 유비 관우 장비를 떠올리지만,
또 다른 불세출의 주인공이 있죠.
조조입니다.
'삼국지연의'에서 조조는 심한 만성두통환자로 묘사됩니다.
조조와 화타의 일화는 유명합니다.
操自觉头风眩晕,久治不愈。乃召华佗诊视。
佗曰:“此乃头风之疾,风涎入脑,不可汤药可治。
须用利斧,开颅取风涎,方可除根。”
操大怒曰:“此人欲害我也!” 遂下狱拷问。
- '삼국지연의' 모종강본 78회차 원문 중에서
- 조조의 두통은 오래토록 낫지 않았는데, 어느날 당대의 신의라 일컫는 화타를 불러 진찰하게 했죠. 그랬더니, 화타는 이 두통은 약으로는 안 되고 머리를 쪼개서 그 속의 원인을 제거하는 외과적인 수술을 제안했습니다. 조조는 역정을 내며 화타를 옥에 가두고 결국 화타는 사망하게 되죠.
头风一症,起于多疑多虑。操平生机警过人,而心术太劳,故病亦由心生。- 79회차
모종강은 이렇게 평합니다.
두풍이라는 병은 생각이 많아서 생긴 병이다. 조조는 지략이 남달랐지만, 마음을 지나치게 썼고, 그래서 그 두통도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다.
딱 요즘의 스트레스성 두통을 의미합니다.
진료실에서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스트레스성 두통'은 국제두통질환분류(ICHD-3)에 등재된 정식 병명은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추정해서 부르는 일상적인 표현에 가깝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두통이 생겼다면,
긴장이니까
→ 자연히 긴장형 두통이 연상되죠.
스트레스는 긴장형 두통의 대표적인 유발요인이 맞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무조건 긴장형 두통으로만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소설이긴 하지만
조조가 앓은 두통도 소설 속의 표현으로 보면 심한 편두통입니다.
操头风愈发,痛不可忍。每发作时,心乱目眩。79회차
- 조조의 두풍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통증은 가히 참을 수 없는 정도였다.
매번 두통이 발작할 때마다 심란하고 어지러웠다.
사실상
편두통에서도 스트레스는 매우 중요한 유발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스트레스는
긴장형 두통, 편두통
둘 다 일으킬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항진됩니다.
그러면서 근육은 계속 알게 모르게 힘을 주게 되죠.
승모근, 후두하근, 측두근, 교근 등이 지속적으로 긴장합니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근육 속의 혈류가 줄어들고 노폐물이 쌓이게 되죠.
국소적인 허혈, 젖산 축적, 통증 유발점 형성
그 결과 머리를 조이는 듯한 묵직하고 둔한 통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하루 종일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통증이죠.
이것이 우리 흔히 떠올리는
스트레스성 두통 = 긴장형 두통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단지 근육을 긴장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뇌의 스트레스 축을 자극하고
통증을 조절하던 신경전달 물질의 균형을 흔듭니다.
병태생리적으로는
HPA axis 활성화, 코르티솔 변동, 세로토닌 불안정, 삼차신경-혈관계 활성화, CGRP 분비증가 등을 유도하게 되죠.
그 결과 욱신욱신, 지끈지끈한 박동성 두통이 생기고, 빛과 소리에 민감해지고, 울렁거리거나 토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병명이 아니라,
신경계가 얼마나 지쳐 있는가입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당시에 바로 아프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
일을 마치고 쉴 때 아파집니다.
다음날일 수도 있구요.
이것이 전형적인 스트레스 관련 편두통의 특징입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에는
오히려 통증이 별로 없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사실은 통증을 줄여주거든요.
버텨야 하니까요.
일종의 비상 모드입니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 긴장이 풀릴 때
신경계는 급격히 균형을 다시 맞추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두통이 터져 나옵니다.
그래서 때로는 원인을 찾기가 더 모호하고
더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소설이긴 하지만
조조는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임상적으로 봐도
스트레스성 두통은 나약한 분들보다
강인한 성품의 분들에게서 더 흔해 보입니다.
정말 정신이 나약한 분들은
두통이 오기도 전에 이미 몸져눕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으니까요.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 참을수록 두통은 심해지죠.
하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누구나 두통이 오지는 않습니다.
스트레스성 두통은
심리적인 유약함이 아니라
신경계, 자율신경, 통증 조절 시스템이 얽혀 만들어지는 생물학적 반응입니다.
수면리듬이 깨지고
자율신경 균형이 흐트러지고
통증을 억제하던 회로가 약해져 있는 분들에게서 발생합니다.
아주 가끔 있는 스트레스성 두통이라면
진통제가 유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생긴다면
진통제만으로는 잘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그때가 두통의 만성화 초입일지도 모릅니다.
버티고 있다면,
그래서 아~ 쉬고 싶다는 말이 절로 터져나온다면
마음이 아니라 몸을 살피셔야 합니다.
필요한 건
일시적인 근육 긴장의 이완만이 아닙니다.
수면 리듬을 회복하고 자율신경을 안정화하고 통증 조절 기능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하루를 쉬어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어쩌면 긴 휴가가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그럴 수 없다면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질병의 스캔이 아닌
피로회복 시스템 전체의 점검이 필요하죠.
스트레스성 두통은
약함의 신호가 아니라
회복을 요구하는 몸의 외침입니다.
스트레스는
버티는 힘만큼
회복하는 힘이 필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