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두통 : 누워서 핸드폰 오래 보면 머리아픈 이유

두통의 곁에서 04화

by 지월

눕는 건 편안한 자세지만, 뇌는 편하지 않습니다.

누워서 핸드폰을 오래 보면 두통이 생기는 이유는 단순한 자세의 문제가 아니라 시각계·전정계·경추신경계가 동시에 과부하되기 때문입니다.




앉아서 볼 때는 괜찮은데,

왜 꼭 누워서 보면 아플까요?

이 두통도 거북목 때문일까요?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생기는 두통은 단순히 목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아닙니다.


몸은 쉬고 있는데, 뇌는 계속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워서 한참 핸드폰을 보고 나면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날 밤이기도 하고 다음날 아침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그런 건 아니죠.


만성두통환자분들에게

웬만하면 핸드폰을 누워서는 오래 보지 마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면 바로 질문이 날아옵니다.


앉아서 보는 거랑 누워서 보는거랑 달라요?

예~ 많이 다릅니다.


의학적으로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1) 눈 근육의 피로 - 몸은 쉬고 눈은 일합니다


눕는다는 건 뇌에게 이완신호를 의미합니다.


긴장해 있을 때

그냥 눕기만 해도 자율신경은

우리 몸을 부교감신경 우위 상태로 변화시키죠.


쉬게 하는 겁니다.

근육은 풀리고, 호흡은 느려집니다.


눈에도 근육이 있습니다.

그때 뭔가를 주시하고 있으면 눈은 쉬지 못하게 되죠.


게다가 핸드폰을 보는 건 근거리 작업입니다.

눈은 계속 초점을 맞추고,

양쪽 눈을 모아 화면을 붙잡고,

미세한 흔들림을 보정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동안근의 긴장
모양체근 지속 수축
양안 수렴 유지
미세 초점 조절 반복

피곤하죠.


그런데 이 과정이 길어지면

삼차신경계로 지속적인 감각 자극이 전달되고 누적되면 두통의 민감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2) 균형감각과 시각 감각의 불일치


우리는 “보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그저 눈만 뜨면 보이니까요.


하지만 뭔가를 볼때

실제로 눈과 뇌는 바쁘게 움직입니다.


망막에서 시작된 정보가

시상과 대뇌피질을 거쳐

이미지가 되고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신경반응이죠.


누우면 전정계(균형감각)는 안정 신호를 보냅니다.

그런데 눈은 안정이 아니라 계속 뭔가를 보고 있죠.


누워 있는 상태에서

영상이 계속 움직이면

전정계(몸의 균형 감각)와 시각계 사이에

작은 불일치가 발생합니다.


몸은 가만히 있는데

눈앞에서는 세상이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이 미묘한 감각의 어긋남이

어지러움이나 멍한 느낌,

그리고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평소에 편두통이 있거나

전정계통이 예민해서 자주 어지러운 분들에게서 이 두통이 더 많은 이유입니다.


핸드폰은 책과는 달리 빛의 자극이 더 심하죠.

시상(thalamus)과 삼차신경핵의 흥분성이 높아져서 이 감각 입력을 더 과민하게 처리하게 됩니다.



3) 옆으로 누워서 볼 경우


목은 쉬는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닙니다.


모로 누우면

목에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경추는 미세하게 측굴·회전된 상태가 지속됩니다.


상부 경추 신경(C1-C3)은

삼차신경핵과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Trigemino-cervical complex)

두통 신호가 수렴되는 부위입니다.


작은 긴장이라도

이미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면

두통 회로를 자극해서

통증 신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아플까?


누워서 핸드폰을 본다고

항상 두통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그런 것도 아니죠.


다만 이런 상황이라면 조금 다릅니다.

수면이 부족했을 때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커피를 평소보다 많이 마셨을 때
아직 잔두통이 남아 있을 때


간단히 보면 무리한 날입니다.


그런 날은 이미

두통의 민감도가 조금 올라가 있는 상태입니다.


거기에

‘누워서 장시간 시각작업’이라는 자극이 더해지면 몸이 견딜 수 있는 임계치를 넘기게 됩니다.


두통은 그때 생기는 것입니다.



두통의 알고리즘


두통은 하나의 원인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작은 부하들이 쌓이고

민감도가 올라가고

통증 역치가 낮아진 상태에서

마지막 자극이 더해질 때 시작됩니다.


누워서 핸드폰을 오래 보는 행위는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올라가 있던 민감도를 넘기는

마지막 한 조각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월은 이를 촉발요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잠자리에서 핸드폰은 가능하면 짧게.

30분 이상이라면

한 번쯤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두통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조용히 조건을 만들어 나타납니다.


작은 부하들이 쌓여 임계치를 넘을 때입니다.


편안하다고 느꼈던 그 자세가

뇌에게는 조금 무리였을지도 모릅니다.


두통인류라면

누워서 보는 습관 하나만 줄여도

두통의 민감도는 분명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중요한 한가지 더.


불을 켜고 보십시오.


캄캄한 곳에서 작은 불빛을 오래 보는 것은

망막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눈은 볼록렌즈, 돋보기니까요.

빛을 작게 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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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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