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의 곁에서 05화
너무 피곤한데 잠이 안 오는 경험,
한두 번쯤 있을 겁니다.
몸은 지쳐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막상 누우면 눈은 반들반들 잠이 안 옵니다.
이 현상은 단순히 “피로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대개는 신경계의 과각성(hyperarousal)과 자율신경의 전환 실패 때문입니다.
“피곤하면 당연히 잠이 와야 되는 거 아닌가요?”
예, 피곤하면 잠이 오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은 아닙니다.
피로(fatigue)와 수면(sleep)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피로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근육과 몸이 지친 육체적 피로
2)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과부하
육체적 피로는 대개 수면을 돕습니다.
그러나 정신적 과부하는 오히려 잠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피곤한데 잠이 안 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과각성(Hyperarousal)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긴장하며 버틴 날,
몸은 지치는데 신경계는 흥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잠 자려고 누우면 미주신경의 구심신경이 뇌에게 휴식이다~하고 신호를 보내게 되죠.
그럼 자연스레 수면모드로 직행해야 하는데,
뇌는 그 신호를 받고도 좀처럼 잠을 부르지 못합니다. 오히려
심박수는 약간 더 오르고
심부체온 하락 실패
생각이 멈추지 않음
뇌파가 안정되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잠들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스트레스가 많았던 날에는 이런 변화가 일어납니다.
교감신경 활성화
코르티솔 증가
노르에피네프린 분비 상승
뇌의 각성 시스템(망상활성계) 흥분
즉,
몸은 침대에 누워 있는데
뇌는 아직 ‘경계 모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들기 위해서는
교감신경이 내려가고, 부교감신경이 올라와야 합니다.
자율신경 전환이죠.
대개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과로한 날에는 이 전환이 매끄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버티기 모드를 유지한 탓입니다.
자율신경 변동성(HRV)이 감소하고 부교감신경의 활성이 지연됩니다.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이 오지 않으니
“몸은 바닥인데 머리는 멀쩡한” 상태가 됩니다.
피곤한데 잠이 안 오는 이유는
에너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긴장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지내는 동안 우리 몸에는 아데노신이 축적되어 졸림을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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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노신 개념은 위에 간단히.
그래서 밤이면 분명 졸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스트레스가 높으면 각성 호르몬도 같이 상승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아데노신 → “자라”
코르티솔/각성계 → “아직 깨어 있어라”
이 두 신호가 충돌하게 되면
몸은 혼란에 빠지게 되죠.
그게 바로
졸리는데, 잠들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너무 피곤한데 잠이 안 오게 됩니다.
“어제 무리했는데 멀쩡하더니
오늘 아침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파요.”
지연성 두통입니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
두통이 이런식으로 생길 수도 있습니다.
통증 조절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만성두통이 있는 경우,
과로 → 교감신경 항진 → 수면 실패 → 통증 역치 하강 → 다음날 두통
이라는 흐름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신경계의 회복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뭘 해야 되나?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하나만 버리시면 됩니다.
“빨리 자야 한다”는 생각만 멀리 차버리십시오.
그 전제 하에서
그 외의 모든 걸 하십시오.
잠은 그저 생각으로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잠은 우리 몸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
슬며시 찾아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몸의 신경계를 설득하는 것이지, 억지로 잠을 독촉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시적인 과각성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만성 불면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관리가 필요합니다.
육체적 피로는 수면을 돕지만,
정신적 긴장은 오히려 각성을 유지시킵니다.
피로와 수면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스트레스는 각성 물질을 증가시킵니다.
이 상태에서는 뇌가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수면 실패는 통증 조절 기능을 약화시켜
다음날 두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너무 피곤한데 잠이 안 오는 것은
단순한 피로부족이나
정신의 문제가 아닙니다.
신경계가 아직 긴장에서 내려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몸은 지치고 버텨 만신챙이지만...
과각성 상태는 아직 덜 식은 과열된 엔진과 같습니다.
엔진의 과열을 식히는 건
그저 정지한 채로 고열이 식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살살 찬바람을 맞으며
저속운행을 하는 것이
체감상 훨씬 더 빠를 수 있습니다.
자야 한다면,
그 강박을 버리십시오.
그리고 조금씩 움직이십시오.
차라리 좀비모드로 걷다 오는게 나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