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만 약속해도

부모 자녀 관계: 양육 방법

by 크느네

1. 부모 자녀 사이에 규칙이 많은가요, 적은가요?

어디든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 규칙이 생깁니다. 가정에서 규칙은 부모와 자녀가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벌주는 것(체벌)으로 정합니다. 아무래도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주로 자녀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가 규칙을 어길 때마다 자녀에게 벌주는 일은 부모에게도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부모는 벌주는 일을 다음으로 미루거나 정한 대로 벌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벌을 매우 약하게 하면 쓸모없는 규칙이 됩니다.

가정 규칙이 많을수록 자녀가 약속을 어기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에 따라 부모가 체벌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고 일일이 체벌하지 못할 때도 많아집니다. 자녀는 규칙을 어기고도 종종 벌 받지 않게 됩니다. 결국 자녀가 벌 받는 기준은 가정 규칙을 어긴 것보다 부모의 마음이나 기분으로 점점 바뀝니다. 자녀는 가정 규칙을 어겼을 때 자기 잘못을 책임지는 것보다 부모 기분을 먼저 살피게 됩니다.

애당초 규칙을 만들면 그것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어기는 것은 벌 받는 일이 됩니다. 가정 규칙 한 개가 생기면 부모가 자녀에게 벌줄 일 하나가 생기는 것입니다. 실제로 가정 규칙을 1가지만 만들어도 그 규칙을 무조건 지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몇 번만 지키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가정 규칙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자녀가 생활과 매너를 배울 때 규칙은 꼭 필요합니다. 가정 규칙이 많더라도 자녀가 잘 지키거나 부모 역시 벌주는 일을 미루지 않고 확실하게 지킨다면 나름 괜찮은 양육 방법이 됩니다. 이런 가정을 흔히 ‘엄한 가정’이라고 합니다. 엄한 가정은 벌을 세게 주는 가정이 아니라 정한 규칙대로 하는 가정입니다. 이런 가정은 가족이 각자 자기 역할은 잘하지만 가족 간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가정은 ‘엄하지 않은 가정’입니다. 특히 가정 규칙이 너무 많아 자녀가 규칙을 어기는 일이 많고 부모 역시 일일이 벌주기가 어려운 가정은 가족의 역할과 관계 모두 좋지 않습니다. 자녀는 많은 가정 규칙을 모두 지키기 어렵고, 지키지 않았을 때 벌 받는 일 또한 두렵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자주 빠집니다. 그런 자녀는 ‘부모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 행동을 강요하고 혼만 내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는 규칙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녀를 ‘부모 말을 안 듣는 사람, 혼날 짓만 골라서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많은 가정 규칙은 서로를 ‘약속 안 지키는 사람, 잘못된 사람’으로 만들기 쉽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규칙을 줄여야 합니다. 먼저, 부모와 자녀 모두 많은 가정 규칙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실을 서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다음, 과감하게 규칙을 줄여 나쁜 부모와 나쁜 자녀가 되는 일을 점점 없애야 합니다. 그렇다고 규칙을 전부 없애면서 자녀가 모든 일을 스스로 하기만을 부모가 바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 대신 한 가지 규칙만이라도 제대로 세우고 서로 지키면서 ‘벌줄 일 많은 부모, 벌 받을 일 많은 자녀, 약속 지키지 않는 부모 자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규칙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규칙 같은 명령이 아닌 권유나 추천하는 방법으로 부모가 도와야 합니다. 그런데 권유라도 너무 자주 말하면 강요가 된다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뛰어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할수록 가정 규칙이 많이 생깁니다. 특히 자녀 교육에 집중할수록 이런 일이 심합니다. 자녀 양육에서 교육 부분을 조금씩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2. 자녀에게 변명할 기회를 줄까요, 바로 혼낼까요?

적은 규칙이라도 생활하면서 규칙을 어길 때가 있습니다. 규칙을 어긴 자녀는 약속대로 벌 받을 생각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런 두려움은 자녀를 거짓말하게 만듭니다. 자녀는 규칙을 어긴 ‘잘못한 사람’에서 거짓말을 한 ‘나쁜 사람’까지 되어 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가 부모 질문에 차분하고 솔직하게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자녀가 제대로 대답하는 것보다 부모가 적절하게 질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부모는 자녀가 변명할 수 있게 질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가 자신을 위해 남 탓을 하며 핑계 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자녀에게 벌 받는 두려움을 이겨낼 정도의 용기를 강요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녀가 거짓말하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다음에 부모가 할 일은 자녀가 변명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자녀에게 변명할 시간을 주지 않고 체벌을 서두르면 자녀를 오해하기 쉽습니다. 자녀는 부모에게 상처 주려고 일부러 규칙을 어기지 않습니다. 감당하기 어렵거나, 생각이 부족하거나, 판단을 잘못했을 때 규칙을 어깁니다. 자녀의 해명을 자주 들었던 부모만이 생각지도 못하게 자녀를 오해할 때가 많다는 것을 압니다. 부모는 자녀가 규칙을 어겼다는 사실보다 자녀를 오해하지 않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게다가 자녀의 변명을 들어 봐야만 규칙을 많이 만든 부모 자신의 잘못까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는 규칙대로 벌을 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규칙대로 벌주지 않으면 자녀는 안심하겠지만 부모를 점점 믿지 않게 됩니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의 약속까지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규칙대로 벌을 주어야만 자녀는 변명이나 핑계로 벌 받는 일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3. 벌주고 난 뒤에 위로할까요, 말까요?

규칙대로 벌을 주고 나면 부모 자녀 관계에 크든 작든 손해가 납니다. 이 손해를 줄이려면 벌준 뒤에 자녀를 위로해야 합니다. 많은 부모가 자녀를 위로하려고 특별한 음식이나 물건을 사 줄 때가 많습니다. 돈을 써서 자녀를 위로하는 것이 나쁜 행동은 아니지만 ‘잘못해서 벌 받으면 맛있는 음식이나 선물을 받는다’라고 자녀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좋은 위로가 되려면 벌을 스스로 잘 감당하는 데 도움을 준다거나 규칙을 앞으로 잘 지키는 방향으로 위로해야 합니다. 체벌과 위로가 서로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의 자녀 체벌이 자녀를 괴롭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자녀가 알게 해야 합니다.

영철이와 부모는 ‘거짓말 안 하기’ 규칙 한 가지를 정했습니다.

자녀 생활 중 대화라는 한 가지 분야만 보더라도, ‘거짓말 안 하기’, ‘말 함부로 하지 않기’ 등등 부모는 마음만 먹으면 수많은 규칙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부모가 ‘거짓말 안 하기’ 하나만 규칙으로 정하고, ‘말 함부로 하지 않기’에 대해선 규칙을 정하지 않았다고 합시다. 이 규칙의 벌은 ‘거짓말하면 양팔을 5분 동안 든다’입니다.

나중에 영철이가 거짓말을 했다면 부모는 바로 벌을 주지 말고 자녀가 자신을 위해 변명할 수 있게 질문합니다. 부모는 자녀의 변명을 들으며 최대한 영철이가 거짓말을 하게 된 상황과 영철이의 진심을 알아냅니다. 자녀 잘못을 이해해 주되 그 책임은 지게 합니다. 영철이에게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위로해 주고 앞으로 규칙을 잘 지키게끔 격려해 줍니다. 벌을 잘 끝마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부모 자녀 관계는 오직 둘만의 일입니다. 둘 사이에 문제가 있다면 그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부모는 자녀 잘못을 찾으면서 그와 동시에 부모 자신의 잘못까지 찾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부모가 항상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자기 판단을 의심하고, 자주 자기 행동을 후회하고 살아야 합니다. 후회하고 사는 것은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자녀 양육에 관한 일은 부모가 후회를 많이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부모가 자기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믿고 그 생각을 자녀에게 강요하면 자녀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됩니다. 특히 부모가 많은 가정 규칙을 세우고 그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면 부모 자녀가 싸울 일이 매우 많아집니다. 가족은 잘사는 것보다 서로 싸우지 않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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