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통함과 생각 통함 : 알아듣기
영희: “너는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철수: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
철수는 영희 말을 듣고 그대로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철수는 예전에 지숙이가 자기에게 돈을 빌리고 “넌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나중에 지숙이는 돈을 갚지 않았습니다. 철수는 혹시나 영희가 돈 얘기를 꺼낼까 봐 자리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영희는 철수의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듣는 것은 말하는 것보다 일단 쉽습니다. 말하기는 말을 직접 만들어 내야 하지만 듣기는 상대방 말을 그저 받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철수처럼 외국 말이 아닌 우리말로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상대방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 말은 정해진 모양이 없어 상대방 말을 자기 마음대로 상당히 바꿀 수 있습니다. 상대방 말을 좋게 들으려고 마음먹으면 좋게 들리고 나쁘게 들으려고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나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민준이는 평상시에 부모님 말을 잘 듣는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사람은 민준이를 성실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은 민준이를 시킨 대로만 하는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철수가 영희 말을 듣고 이상한 태도를 보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돈을 떼먹혔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희는 철수에게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을 알지 못합니다. 영희는 단지 철수에게 좋은 말을 하려는 것뿐이었습니다. 말을 들을 때는 먼저 상대방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다음에 상대방 말을 자기 나름대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순서가 바뀌면 마치 양치를 먼저 하고 음식을 나중에 먹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게 되면 제대로 음식 맛을 못 느끼는 것처럼 상대방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합니다.
물론 말하는 사람이 겉과 속이 다르게 말을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대놓고 말하기 부담스러운 말은 빙빙 돌려서 말하기도 합니다. 어린아이가 자기 전에 “엄마, 저 양치할까요?”라고 묻는 말은 ‘나 이 닦기 싫다’라는 뜻인 것처럼요.
상대방은 자기가 한 말을 일일이 설명해 주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 말을 자기 마음대로 판단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는 ‘상대방이 한 말은 무조건 이런 뜻이야’라고 자기가 딱 잘라 결정하는 일을 가능하면 하지 않아야 합니다. 상대방 말을 오해하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그에 비해 오해를 푸는 일은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평생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대화 중에 오해할 만한 말을 들었다면 자기 멋대로 빠르게 그 뜻을 결정하기보다 궁금한 걸 그때그때 상대방에게 물어보면 이런 일을 상당히 피할 수 있습니다. 오해는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는 풍선과 같습니다. 내버려 두면 그 풍선은 계속 커지면서 사람을 괴롭게 만듭니다. 그런데 막상 터지고 나면 안에 든 것은 별것 아닐 때가 많습니다. 별것 아닌 것으로 오랫동안 괴롭게 지내는 것은 자기 생활에 큰 손해입니다.
자기 정신 건강이 약해지면 평범한 말도 자꾸 나쁘게 생각되고 험한 말로 자주 반응하게 됩니다. 정신 건강은 몸과 다르게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눈에 잘 안 보입니다. 그래서 정신 건강을 자기가 따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신 건강은 뒤의 〈병과 사고〉에서 따로 말합니다.
철수가 ‘아니야. 내 생각이 잘못됐을 수도 있어’라고 한 번만 생각했거나 영희에게 “그 말이 무슨 뜻이야?”라고 바로 물어봤더라면 어땠을까요? 영희가 어떤 대답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철수가 영희를 오해하진 않았을 것이고, 영희 또한 철수 때문에 놀라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7310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