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써먹기 : 사람 따르기
수연이는 최근에 마음에 드는 가수가 몇 명 생겼습니다. 수연이는 그 가수에 대해 이것저것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은 글쓴이(저자)가 정리해 놓은 내용을 자기가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저자가 정리한 내용을 자기가 모두 받아들일지, 어느 정도만 받아들일지, 받아들이지 않을지는 자기 마음입니다. 그래서 공부할 때 책 내용이 자기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대단하고 특별한 책을 봐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부가 잘되지 않습니다. 흔히 공부를 이론이나 법칙을 배우는 일, 지식과 기술을 알아가는 일로 생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공부는 저자가 쓴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자기가 저자를 뒤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따르는 일입니다.
이론이나 법칙은 어떤 사람이 관찰하고 깨닫고 정리한 내용을 많은 사람이 인정한 것을 말합니다. 그러려면 그 내용이 어떤 일에 큰 도움이 된다든지, 많은 사람이 인정할 만한 좋은 내용이라든지, 그 사람의 제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많다든지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론이나 법칙에는 뉴턴, 아인슈타인 등등 그 내용을 정리한 사람의 이름이 항상 나옵니다. 굳이 사람 이름을 일일이 알지 않아도 그 내용을 공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음에도 말입니다. 그만큼 이론이나 법칙에서는 그 내용만큼이나 저자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저자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내용은 대단한 이론이 되고 저자는 유명한 사람이 됩니다.
같은 분야의 지식과 기술도 전문가마다 그 내용이 다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자기와 잘 맞는 전문가를 따르면서 그 뒤를 이어 나갑니다. 각 전문가마다 따르는 사람이 많아지면 한 분야에 여러 조직이 점점 생기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조직이 계속 커지면 하나의 학문이나 학파가 생기기도 합니다.
영국의 알프레드 마셜(1842-1924)이라는 사람은 수학자였지만 사회를 관찰하고 자기가 깨달은 것을 가지고 《경제학 원론》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 책 내용을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따르면서 그 책을 기준으로 하나의 학문이 생겼습니다. 그것이 바로 ‘경제학’입니다.
자기가 어떤 분야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그 분야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전문가를 먼저 찾고 그 사람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 위인전 수준이 아니라 전문가 수준으로 연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자기 스승으로 삼고 그 뒤를 꾸준히 따라가면 그 분야를 제대로 공부하게 됩니다.
그런데 스승의 뒤를 따라가면서 문제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사람은 원래 완벽하지 않으며 스승 역시 사람입니다. 스승이 정리한 내용에 틀린 것이 나타나거나 한계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승이 개인적인 잘못을 저지르거나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현실 사회를 이론으로 정리한 알프레드 마셜의 《경제학 원론》 책은 현실과 맞는 부분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 또한 상당히 많습니다. 흔히 교과서나 유명한 책이라고 하면 잘못이 없는 책, 무조건 받아들여도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교과서는 많은 사람이 인정한 내용을 다루며 전문가가 검토한 책이지만 완벽한 책은 아닙니다. 저자가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 완벽한 책은 없습니다. 이론이나 법칙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공부할 때는 ‘이 사람 말이 무조건 맞아’라고 생각하기보다 ‘이 사람은 이렇게 정리했구나, 저 사람은 저렇게 정리했구나’라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스승으로 정한 사람의 뒤를 좇아가다 보면 그 사람을 존경하게 되고 그 사람과 비슷한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도 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지나치면 그 사람이 잘못한 부분까지도 옳다고 믿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스승의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나쁜 점은 따로 골라내서 버리고, 잘못된 점은 자기가 고치고, 자기가 직접 관찰하고 깨달은 것을 더해야 스승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승의 모든 것을 억지스럽게 따라가려는 태도는 스승을 넘어서기 어렵게 만들며 오히려 스승의 명예를 더럽히기도 합니다.
자기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맞서 싸우는 것과 피하는 것 중 어떤 것이 옳은가요? 정답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결과를 보고 자기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 확인하게 됩니다. 비슷하게 어떠한 상황에도 무조건 맞는 사람의 지식은 없습니다. 지식이라는 것은 사실 많은 사람이 적당히 약속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기존의 결과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지식을 발표하면 새 지식이 이전 지식을 대신하게 됩니다. 언제든지 교체당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의 지식입니다. 게다가 완벽하게 모르는 내용이라도 적당히 사람과 사회에 맞춰 이용하고 있는 것이 사람의 지식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2이라는 분수를 생각해 봅시다. 이 수는 ‘하나를 두 개로 나눈다, 쪼갠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절반’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생활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수입니다. 그런데 이 수는 현실에서 사람이 확실하게 다룰 수 있는 수가 아닙니다. 세상에서 어떤 물체도 완벽하게 절반으로 나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숫자 상태에서만 정확한 절반을 표현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개념인 숫자를 정확하게 절반으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과나 바나나를 그 어떤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반으로 나누는 것은 사람으로서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사람은 흔히 쓰는 숫자 1/2도 완벽하게 알지 못합니다.
사람과 완벽이라는 말은 서로 어울리는 말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항상 자기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공부를 정말로 잘하는 사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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