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써먹기 : 실력 써먹기
수연이는 이론과 실습으로 노래 실력을 쌓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력을 얼마나 쌓아야 하나요?
커다란 통에 물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 통에 오렌지 가루를 하루에 한 숟가락씩 섞어 오렌지주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 오렌지주스는 진한 맛이 날 수도 있고, 보통 맛이 날 수도 있고, 싱거운 맛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 싱거운 오렌지주스는 먹을 만한 주스가 아닙니다. 적당한 수준 이상의 맛이 나야만 먹을 만한 주스가 됩니다. 통의 물이 먹을 만한 오렌지주스가 되려면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공부 분야든 예능 분야든 이론과 실습으로 쌓은 실력이 일정 수준을 넘겨야 써먹을 만한 실력이 됩니다. 그리고 그 일정 수준을 넘기기 위해 자기가 채워 넣어야 할 공부의 양은 대부분 대단히 큽니다. 게임이나 취미는 써먹을 만한 실력을 만들기 위해 채워야 할 공부의 양이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공부한 것을 그때그때 써먹을 수 있어 공부할 맛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로는 많은 양의 공부를 하더라도 밍밍한 오렌지주스처럼 써먹기가 어렵습니다. 이처럼 오랜 시간을 채우기만 해야 하고 맛을 보더라도 싱거운 맛만 보게 되는 것이 진로 공부입니다. 이런 이유로 써먹을 만한 실력을 갖추기 전에 하던 공부를 그만두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다면 오렌지주스를 만들 때 하루에 한 숟가락이 아닌 열 숟가락을 넣으면 좀 더 빨리 먹을 만한 주스가 되지 않을까요? 마른 사람이 살찌고 싶어서 평상시 먹는 밥의 10배를 먹어도 바로 살찌진 않습니다. 똥만 많이 쌀 뿐입니다. 뚱뚱한 사람이 살을 빼고 싶어서 밥을 며칠 굶어도 바로 살이 빠지진 않습니다. 건강을 크게 해칠 뿐입니다. 마른 사람이 울퉁불퉁한 근육을 얻고 싶다고 갑자기 하루에 10시간을 운동하면 몸살이 날 뿐입니다. 사람은 하루에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 자기 머리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분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양을 한 번에 몰아서 공부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오렌지주스 통은 사람이 아니기에 많은 오렌지 가루를 넣어도 괜찮지만, 사람은 이론과 실습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괜찮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렌지주스 통이 너무 크면 하루에 오렌지 가루 한 숟가락을 넣는 것과 열 숟가락을 넣는 것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사람 또한 온종일 쉬지 않고 평상시보다 열 배를 더 공부한다고 해도 채워야 할 전체 공부량이 너무 많으므로 그런 행동이 공부 실력을 키우는 일에 썩 도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리하다가 건강이 나빠지면 큰 손해가 날 뿐입니다.
공부는 무리하게 하다가 힘이 빠지는 것보다 꾸준히 하면서 양을 조금씩 늘려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자기 실력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기 어렵기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공부는 큰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자기 실력을 써먹을 만한 수준으로 올릴 때까지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기 실력을 너무 낮게도, 너무 높게도 판단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충분히 받을 때까지 묵묵하게 준비하면 대단한 공부 실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수연이는 대단한 가수가 되어 부자가 되고 인기 많은 사람도 되고 싶습니다. 가수로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기도 합니다.
꾸준히 오랫동안 공부해서 쌓은 실력과 기회가 만나면 본격적으로 자기 진로를 가게 됩니다. 실력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 가치를 높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실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수연이가 자기 노래 실력을 키우고, 가수가 될 기회를 얻고, 좋은 노래로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수로서 자기 가치가 높아집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과정이 실력 있는 사람의 진로이자 세상살이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자기 가치를 높이는 일에 너무 집중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자기 가치를 높이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일은 절대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런 생각이 있어야 자기 실력을 키우는 일에도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자기 이득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피해를 주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카카오톡·라인·텔레그램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 프로그램은 개인 혹은 단체의 편하고 재밌는 대화를 도와주는 앱입니다. 이 앱을 통해 서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는 범죄에도 이용됩니다. 2020년 ‘n번방 사건’이라 불리는 범죄 사건이 있었습니다. 메신저 앱을 통해 비밀 대화방을 만들고 많은 사람이 그 안에서 피해 여성의 부끄러운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으며 피해자를 괴롭혔던 범죄 사건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협박과 폭행 범죄가 어둡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은밀하게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범죄가 밝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버젓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일어날 수 있습니다. n번방 사건의 범죄자는 사람 심리를 잘 알고 정보 수집과 홍보 등 많은 일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실력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실력을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깎아내리는 일에 쓰면서 이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자기 가치를 높이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피해자를 만든 심각한 사회 범죄를 일으켰고 체포되어 징역 42년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감옥에서 40년을 산다는 것은 앞으로 남은 자기 인생에 청년 시절과 중년 시절이 없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그 사람에게 남은 인생은 노인 시절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어떤 분야에서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 해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헛것이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기 실력을 제대로 쓰고 자기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면 되는 일입니다. 자기 가치를 올리는 일에 너무 깊이 빠지면 그동안 자기가 쌓은 실력으로 자칫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조금씩 인정받으면서 성장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억지로 끌어내리는 것이 자기가 높아지는 편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기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남보다 높아진 것처럼 느끼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남을 괴롭히는 사람은 나쁜 사람과 자주 어울리고 자기 주변에 자기로 인해 억울함을 당한 사람이 많습니다. 배신과 보복에 휘말려 망하는 길을 가기 쉽습니다. 무자비하고 강한 도둑들이 서로 같은 편이 되면 잠깐 동안은 강한 세력이 되지만 어느샌가 서로 싸우다가 함께 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남보다 높아지려는 마음을 억지로 없애지는 못하기에 그런 마음에 너무 사로잡히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 되면 그동안 쌓아 놓은 자기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하찮은 실력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자기 재산과 인간관계에도 큰 손해가 납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시대는 인터넷 기술 발달로 과거의 잘못이 많은 사람에게 쉽게 공개되고 빠르게 퍼집니다. 예전의 잘못을 어물쩍 감추기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남을 괴롭힌 사람이 잘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자기 가치는 자기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의 삶을 보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자기를 평가하는 ‘나 잘난’은 의미가 없습니다. 상대방이 자기를 평가해 주는 ‘너 잘난’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가치를 자기가 억지로 올리는 일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낮추면 자기 가치가 잠깐은 올라갈 수는 있어도 금세 자기 또한 그 가치가 떨어집니다. 세상은 남을 헐뜯는 사람을 대단한 사람으로 봐 주지 않습니다. 사람은 완전하지 않기에 남을 비난한 사람 역시 언제든지 비난받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대단한 사람이 되려면 다른 사람을 낮추지 말고 대단한 일, 가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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