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사귀기 : 관계 유지
민수와 희정은 사귄 이후로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서로 잘 지내는 편이지만 요즘에는 서로 다투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서로 매우 가깝게 지내면 상대방 대하기가 편해집니다. 양쪽 모두 자기 속마음, 자기 의견, 자기감정을 잘 드러냅니다. 사귀기 전보다 좋을 때는 훨씬 더 좋아하고 싫을 때는 싫은 티를 팍팍 냅니다. 서운한 일이 있을 때 예전 같으면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일도 사귀고 나선 상대방 앞에서 그냥 울어 버리거나 싸웁니다. 그만큼 서로 여러 가지 일로 부딪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상대방과 나는 생각이 다르구나’라고 받아들이면 딱히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로 매우 가까운 사이라면 이렇게 생각하는 일이 잘되지 않습니다. 사이가 가까운 것처럼 생각도 서로 가깝게 되길 원합니다. 사귀는 사람의 생각이 자기 생각과 같거나 자기 생각에 따라 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현실은 서로 생각이 다를 때가 훨씬 많습니다. 결국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일도 거침없기에 다툼이 자주 생깁니다. 친구 사이에도 친할수록 다툼이 많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은 더욱 심합니다.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가슴에 큰 못이 박히면 아프면서 잘 빠지지 않습니다. 그렇듯, 다투고 생긴 나쁜 기억은 마음에 오래 남아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람은 살면서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마음속에 같이 쌓입니다. 그렇게 쌓인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툼으로 인한 나쁜 기억은 마음속에서 훨씬 오래 남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많이 쌓입니다. 게다가 사람 사이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함께 있을 때 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99번 잘해 주어도 1번 실망을 주면 그 1번의 실망이 99번의 좋은 기억을 다 덮기도 합니다. 사람 관계는 서로 가까울수록, 오랜 시간을 함께할수록 점점 좋아지기보다 나빠지기가 더 쉽습니다.
가족은 피로 맺어진 관계라는 특별한 보호 장치가 있어서 사이가 나빠지더라도 어느 정도 버틸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귀는 관계는 그런 장치가 없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만 견딜 수 있습니다. 애인 사이는 붙어 있는 자석처럼 조금 멀어져도 어느새 가까워집니다. 흔히 밀고 당기기, ‘밀당’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적당히 밀어도 튕겨 나가지 않고, 멀어졌어도 당기면 금세 다가옵니다. 밀당 좀 했다고, 몇 번 싸웠다고 사귀는 관계가 끝나진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서로에 대한 나쁜 기억이 쌓여 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쌓여 버린 나쁜 기억이 자기 사랑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사귀는 관계가 끝납니다. 연애는 자기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사귈 때는 상대방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헤어질 때는 상대방 허락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사귀는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다툼을 피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이나 취향은 다르기에 사람 관계에서 다툼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사귀는 사람이 신경 써야 할 중요한 일은 ‘싸움을 어떻게 해야 안 할까?’보다 ‘싸우고 난 뒤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입니다. 싸우고 난 뒤에 상대방에게 쌓인 나쁜 기억을 최대한 줄이는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자판으로 화면에 쓴 글씨는 쉽게 지우지만 사람 마음에 쓴 기억은 좋든 싫든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나마 좋은 기억을 더 많이 만들어 나쁜 기억을 덮거나, 나쁜 기억이 마음속에 들어갈 때 최대한 작게 만드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감정싸움’을 ‘사랑싸움’으로 바꿔야 합니다.
자기가 잘못했든, 상대가 잘못했든, 이유가 어찌 됐든 사람 사이에 다툼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기분이 나빠서입니다. 상대방의 작은 잘못이라도 자기 기분이 크게 상하면 다투게 되고, 상대방의 큰 잘못이라도 자기 기분이 상하지 않으면 다투지 않습니다. 자신의 나쁜 기분을 가지고 서로 다투는 것을 ‘감정싸움’이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사랑싸움’은 감정싸움과 다릅니다. 사랑이란 주로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뜻하지만, 그 외에도 서로 걱정하고, 믿고, 의지하고 감싸 주고 등등 여러 가지 뜻이 섞여 있습니다. 그중에서 ‘상대방 걱정하기’를 가지고 서로 겨루는 것을 ‘사랑싸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랑싸움에는 단 한 가지 규칙만 있습니다.
‘싸운 뒤에 먼저 다가간 사람이 이긴다.’
사귀는 사람끼리 싸우면 서로의 감정이 상하면서 감정싸움이 시작됩니다. 사이가 동시에 멀어집니다. 화해하면 멀어진 사이가 다시 가까워지지만 사이가 다시 가까워지는 일은 동시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둘 중 누군가가 먼저 다가가야만 일이 시작됩니다. 한 명이 먼저 다가가면 상대방이 다가오지 않더라도 일단 거리는 어느 정도 좁혀집니다. 상대방 또한 다가오면 매우 가까운 사이로 다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먼저 다가가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더 큰 잘못을 한 사람이 아닙니다. 상대방을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다가갑니다. 자기 기분이 나쁜 것보다 상대방을 더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사랑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입니다. 감정싸움으로 시작한 다툼을 사랑싸움으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이러면 다툼으로 생긴 나쁜 기억이 사라지진 않지만 굉장히 작아집니다. 그만큼 서로에게 나쁜 기억이 굉장히 많이 쌓이는 것을 막아 줍니다.
그런데 이 사랑싸움에서는 진 사람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진 사람은 ‘상대방이 먼저 다가온 것’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먼저 다가와 준 사람의 사랑이 자기 사랑보다 크다는 것을 모르거나 그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사랑 대결에서 진 사람이 자기가 이긴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자기가 이겼는지 졌는지조차 모르는 대결은 무효입니다. 사랑싸움이 물거품이 된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감정싸움으로 시작한 다툼이 감정싸움으로 마무리됩니다. 감정싸움으로 끝나 버린 다툼은 나쁜 기억 그대로 서로에게 차곡차곡 잘 쌓입니다. 순식간에 높게 쌓인 나쁜 기억은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됩니다. 이제 남은 단계는 이별을 결심하는 것뿐입니다. 이별은 상대방 허락이 필요 없기에 그대로 사이가 끝나게 됩니다.
사람은 자기 기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서로 싸우고 나면 자기 기분이 제일 상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자기 속상한 것보다 상대방이 힘들어하는 것을 더 걱정하는 사람이 돼야 사귀는 사이가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이런 사랑을 받는 사람도 제대로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자기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을 알아주고 고마워해야 합니다. 자기가 더 사랑하지 못해서, 자기 기분만 생각해서, 먼저 다가가지 못해서 미안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알지 못하거나, 자기가 우위에 있다고 안심하거나, 상대방을 더욱 자기 마음대로 다루려고 한다면 남은 일은 이별 소식을 듣는 것뿐입니다. 사귀는 일은 서로 사랑입니다. 짝사랑이 아닙니다. 아무리 서로 가까운 사이여도 상대방을 더 사랑하지 못하거나 상대방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그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짝사랑이 됩니다. 사귀기 전에는 짝사랑이 가능해도 사귀는 사이에서 짝사랑이 되면 헤어지게 됩니다.
자신과 상대방의 사랑 크기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모르면 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주는 물질이나 선물로는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자꾸 상대방의 마음을 보려고 해야만 조금씩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랑싸움은 사귀는 관계뿐만 아니라 가족 관계나 다양한 인간관계에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민수와 희정이가 다투는 일은 앞으로도 자주 있을 것입니다. 싸우고 나서 상대방에게 화내기보다 먼저 다가가지 못한 자신에게 화낸다면 오래오래 좋은 사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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