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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과 안 해

사과의 어려움

by 크느네
옛날 옛날에 드림 마을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엔 친구들을 도와주고 악당을 물리치는 드림맨과 드림걸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드림맨은 드림걸의 백만 원짜리 변신 신발을 억지로 신어 보다가 그 신발을 망가뜨렸습니다.

드림맨의 잘못이 확실한 사건입니다. 드림맨은 사과하고 돈을 물어 줄까, 모른 척하고 도망갈까, 오히려 화를 낼까 고민했습니다. 드림맨은 최근 변신 망토를 사느라 돈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드림걸에게 많은 돈을 물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드림맨은 속이 쓰렸습니다. 만약 드림맨에게 많은 돈이 있었어도 큰돈을 물어 주는 것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일입니다. 드림걸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도 부끄럽습니다. 드림걸이 자기 때문에 우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괴로운 일입니다. 이처럼 자기 잘못을 사과하는 일은 자기 잘못이 확실해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사과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그 잘못을 최대한 책임지고, 용서를 비는 것입니다. 용서는 상대방 사과를 보고 그 잘못을 없었던 일로 해 주는 것입니다. 잘못한 사람, 가해자가 먼저 사과하면 피해받은 사람, 피해자가 그걸 보고 용서하는 것이 사과와 용서의 기본 순서입니다. 그래서 잘못한 사람이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용서하는 일 또한 없습니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이 대신 해도 되는 일이 있고 자기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음식을 배달하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대신 부탁해도 되지만, 학교 반장이 반장 노릇을 하기 싫다고 자기 마음대로 다른 사람에게 그 역할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는 다시 반장을 뽑아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이 대신 하는 사과는 받는 사람이 사과의 진심이나 정성을 느낄 수 없으며 오히려 피해자를 더 화나게 만듭니다. 요즘 시대는 다양한 곤란한 일을 전문가나 다른 사람에게 맡겨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과하는 일은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자기가 잘하든 못하든 직접 해야만 하는 일이라서 사과는 어려운 일입니다.


직접 사과하려면 가해자가 자기 잘못을 확실하게 인정해야만 합니다. 문제는 자기 잘못을 100% 인정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 보호 본능이 있어 자기가 잘못한 일이라도 조금씩은 상대방이나 주변 상황을 탓하기 쉽습니다. 자기가 한눈팔면서 길을 가다가 남과 부딪쳐도 ‘하필 그때 내 옆을 지나갈 게 뭐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사과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과 두려움이 너무 큰 사람은 사과하는 일을 자꾸 피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용기가 부족한 사람에게 사과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됩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를 하찮게 여기는 사람은 사과할 마음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그런 무례한 사람에게 사과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됩니다. 이처럼 사과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잘못을 하고 사과하지 않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어느 날 드림맨은 드림 유치원에 다니는 드림둥이와 놀고 있었습니다.
드림둥이는 드림맨에게 똥침을 놓았습니다.
드림맨은 쓰러졌습니다. 드림둥이는 말했습니다.
“미안해요, 그렇게까지 아픈 줄 몰랐어요, 용서해 주세요.”


유치원생 드림둥이는 드림맨에게 사과했습니다. 어린아이가 할 만한 일이라면 청소년과 어른 역시 할 만한 일이 됩니다. 상대방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면,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면, 책임지려는 용기가 있다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 사과입니다. 결국 사과하는 일은 어렵지만 할 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어려운 일을 해내지 못한 것은 비난받을 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과는 어렵다고 해서 하지 않으면 “사람의 기본이 되지 않았다”라는 큰 비난을 받게 됩니다. 사과하지 않은 사람은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받아도 억울해할 자격이 없습니다. 게다가 법은 사과하지 않은 사람에게 더욱 큰 벌을 내립니다. 그만큼 사과는 사람이 살면서 꼭 감당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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