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기
드림맨은 길을 가다가 실수로 드림걸의 발을 밟았습니다. 드림걸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드림맨은 병원에 있는 드림걸을 찾아가 직접 사과의 말을 하고 병원비와 선물, 편지까지 주었습니다. 그런데 드림걸은 드림맨의 사과를 받지 않고 화를 냈습니다.
“나가! 꼴도 보기 싫어!”
성의 표시를 하며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상대방이 무조건 사과를 받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과는 언제든지 거절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많은 사람이 사과하는 일을 주저하거나 피하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어차피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면 굳이 사과를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자기 사과를 무조건 받아 줄 것으로 생각하면 성의 없는 사과를 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자기 사과를 무조건 받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면 사과하는 일 자체를 피하기 쉽습니다. 이처럼 사과하는 사람이 섣부르게 상대방 피해자 마음을 예상하면 제대로 된 사과가 잘되지 않습니다. 사과하는 사람은 사과의 말과 성의 표시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미안한 마음이 가짜가 아닌 진짜라는 것을 보여 주는 일에만 관심을 둬야 합니다.
사과를 받아 주고 용서해 주는 것은 ‘사과의 진심을 느꼈고, 자기가 받은 피해를 감당하겠다’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용서받지 못했다는 것은 ‘상대방 사과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라거나 ‘피해가 너무 커 감당하기 어렵다’라는 뜻이 됩니다. 사과했지만 용서받지 못한 사람은 상대방의 이런 이유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를 용서해 주지 않은 상대방을 원망하거나 자기 스스로 ‘할 만큼 했다’라고 생각하며 사과하는 일을 그만두게 됩니다. 사과하고 용서받지 못한 사람이 할 일은 자기 진심을 더욱 제대로 보여 주는 다른 사과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게다가 상대방이 피해를 감당하기 어려워 어떤 사과를 하더라도 용서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 많은 정성을 준비하거나 시간을 두고 나중에 다시 사과해야 합니다. 사과하는 사람이 사과하는 타이밍을 정하는 것처럼 용서하는 사람이 용서해 주는 타이밍을 정합니다. 그런데 사과는 용서받기 위해 하는 것이므로 가급적 사과할 때는 사과받는 사람에게 그때를 최대한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사과는 피해자의 용서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두고 계속하는 일입니다. 때에 따라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사과받는 사람이 잘못한 사람에게 언제 어떻게 사과하라고 강요하진 못하기에 피해자는 가해자가 사과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잘못한 사람이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용서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해자의 사과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 사과하는 일을 자꾸 물리치면 가해자는 사과하는 일을 멈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일이 마무리되지 않기에 피해자는 지난날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을 계속해야 합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사과했다면 적당한 선에서 그 사과를 받아 주고 사고를 마무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용서해야 잘못한 사람이나 사과받은 사람이나 괴로운 과거에서 점점 벗어납니다. 사과받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용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잘못한 사람은 끊임없이 사과하면서 상대방의 용서를 기다리고, 피해자는 상대방이 정성을 들인 진정한 사과를 해 주길 기다립니다. 진정한 사과와 용서가 서로 만나려면 이런 기다림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과하는 일과 용서하는 일은 상당히 복잡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복잡하게 일을 해야만 제대로 된 사과와 용서가 됩니다. 사소한 잘못을 사과하더라도 한 번이라도 더 미안해하고, 한 번이라도 더 성의 표시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사과를 받은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되고, 조금이라도 더 마음의 상처가 아물 수 있습니다.
자기 주변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이 항상 주변 사람과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사람도 주변 사람과 다투거나 피해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나쁜 일이 있을 때 제대로 된 사과가 없다면 용서 또한 없기에 자연스럽게 나쁜 관계가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그 대신 제대로 된 사과가 있다면 좋은 용서 또한 있기에 나쁜 일이 있어도 더 좋은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사과와 용서를 제대로 알고 처리할 수 있다면 잘못을 좋은 기회로 바꾸는 사람이 됩니다.
드림걸은 드림맨이 소중히 여기는 그림책에 낙서를 했습니다. 그걸 본 드림맨은 화를 냈습니다. 드림걸이 말했습니다.
“친구끼리 그럴 수도 있지!”
드림맨은 드림걸의 말이 알쏭달쏭했습니다.
자기가 잘못을 하고 사과할 때 특별히 조심할 것은 바로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입니다. 이 말은 사과를 받고 상대방 잘못을 용서해 주는 피해자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됩니다. 자기가 자기 잘못을 용서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과하는 일은 아예 사라지고 용서받는 일은 매우 쉬워집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도 되고, 책임지지 않으며, 정성을 들일 필요도 없으므로 잘못을 다시 저지르는 일 또한 쉽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쉽게 그리고 끊임없이 잘못하면서도 상대방에게 미안해하지 않습니다. 주로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생각은 자기에게 소중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평상시에 그 말을 당연하게 생각했다면 모르는 사람에게 잘못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잘못을 상대방이 마냥 이해해 주고 받아 줄 것으로 생각하는 일은 위험합니다. 사과할 때는 부끄럽거나 민망하더라도 정중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상대방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용서해 주면 크게 감사해야 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자기가 할 말이 아닙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7310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