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 나누기
지수는 은우를 정말 가까운, 절친한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은우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약 은우에게 나는 그저 ‘적당히 친한 친구’ 정도라면 꽤 슬플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지수는 점점 걱정이 커졌습니다. 다음 날, 지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은우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습니다.
은우야, 너는 친구 사이가 뭐라고 생각해?
음… 서로 아는 사이에서 더 익숙해지면 그게 친구 아니야? 내가 너를 친하다고 생각하고, 너도 나를 친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친구지.
맞긴 한데, 그 ‘친하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확인해? 한 사람은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상대는 아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잖아.
내가 누군가를 친구로 여기는 건 내 마음이니까 알기 쉬워. 그런데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 사람 속마음이라서 내가 제대로 알 수 없지.
누가 다른 사람 마음을 한눈에 보여 주는 기계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그런 기계가 과연 나올까?
엑스레이나 초음파 기계는 사람 몸속 구석구석을 보여 주잖아. 마음도 사람 몸 안에 있으니까 마음을 보여 주는 기계도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
너 오늘따라 다른 사람 마음이 엄청 궁금한가 보네. 그래서, 그 사람이 도대체 누군데?
크흠… 쓸데없는 소리 말고. 결국 기계가 없으니까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나.
설마, 대놓고 “너, 나랑 친구라고 생각해?”라고 묻게? 맨 정신에 그런 말을 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어쩔 수 없지. 그게 정말 궁금하다면 말야. 물었을 때 상대가 “응”이라고 대답하면 바로 확인되는 거잖아.
에이, 현실에서는 친구 사이를 그렇게까지 확인 안 해. 그런 질문을 한다는 거 자체가 이미 확신이 없다는 증거 아니겠어? 게다가 그런 질문을 받는 사람은 상대가 시비 건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그럼 상대가 나를 진짜 친구로 생각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아예 없단 거야? 그냥 한 사람이 마음대로 ‘우린 찐친이야’라고 정하면 그만이네. 상상해 보자. 우리 엄마가 너한테 “지수랑 아주 친한 친구 사이니?”라고 물었는데, 나는 옆에서 “맞아요” 하고 너는 “전 아닌데요?” 하면… 나 어떻게 살어?
음… 그럴 땐 조용히 방에 들어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울면 되지 않을까?
너!
진정해, 네 말대로 상상일 뿐이잖아. 정말 서로 매우 친하면 그 느낌이 분명히 들 거야. 반대로 애매하면, 아직은 그냥 적당히 친한 사이로 봐야 하고.
느낌 말고, 좀 더 확실한 다른 방법은 없나?
그럼… 아무 때나 편하게 불러서 같이 놀고, 같이 일할 수 있는 사이면 어때?
거리낌 없이 같이 놀고 일하는 건 꽤 친하니까 가능한 일이긴 한데, 그것만으로 제대로 된 친구라고 하긴 좀 부족하지. 놀거나 일하는 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잖아. 겉모습만이 아니라 속마음도 가까워야 제대로 된 친구 아니겠어?
그럼 네 말대로, 상대랑 속마음을 자주 주고받았는지 보면 되겠네.
어떻게?
속마음이라면 고민이나 기쁜 일, 슬픈 일 같은 거잖아. 서로 그런 걸 함께 나눈 적이 있는지 떠올려 보면 되지 않을까? 단, 상담사나 의사처럼 직업적으로 들어주는 건 제외하고.
그렇다면 내가 상대에게 기쁘거나 슬픈 내 마음을 말한 적이 있는지, 반대로 걔가 고민 있을 때 나를 찾았는지, 그리고 내가 그걸 진심으로 들어줬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겠네.
듣고 보니, 예전 일만 조금 떠올려 봐도 서로 절친인지 어느 정도 감이 오겠다. 그런데 다른 사람 험담하는 것도 나름 속마음 나누기인데, 그건 어때?
서운한 감정을 나누는 것도 당연히 되겠지. 흔히 험담을 같이 하다 보면 많이 친해지기도 하잖아. 하지만 험담으로 뭉친 사이는 좀 위험할 수 있어. 결국 내 이미지도 깎아먹고, 나중에 그 화살이 나한테 돌아올 수도 있거든.
근데 서로에게 막말을 해도, 피해를 주어도 다 참아 주는 사이가 찐친 사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더라.
친구끼리 욕을 주고받고도 웃고 넘어가면, 그 순간엔 ‘우린 엄청 친하다’라고 느낄 수 있어. 그래도 그건 어디까지나 편한 사이라는 잠깐의 표시일 뿐이야. 그런 말들이 겉으로는 농담 같아도 마음속에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으니까. 마음이든 몸이든 서로를 다치게 만드는 사이를 찐친이라 보기는 좀 그래.
그렇구나. 서로 함부로 대하는 걸 마냥 친한 사이로 볼 순 없겠지.
아 참, 며칠 전에 수희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나한테 털어놨어. 그럼 걔는 나를 진짜 친구로 생각하는 걸까?
그럴 가능성이 크지. 그런데 그 ‘누구’가 혹시 나야?
그건 말해 줄 수 없어.
뭐야, 나한테는 속마음을 안 털어놓는 거 보니까 나를 절친으로 안 보는구나?
그건 속마음이 아니라 완전 사생활이거든? 그리고 꿈 깨라. 100퍼센트 너 아니니까. 사람이 분수를 알아야지.
아! 그리고 아까 그 상상. 네 엄마가 “너희 아주 친한 친구 맞지?”라고 물었던 거… 그거, 내 대답도 “맞아요”야.
뭐래! 안 물어봤거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늘은 내가 산다. 그냥, 오늘따라 돈이 좀 남네.
진정한 친구님! 어서 가시지요. 길을 비켜라~
에헴~
친한 사람이 늘어나면, 대부분은 적당히 연락하고 함께 노는 친구 사이로 남습니다. 그중에서 속마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매우 친한 친구로 자랍니다. 친한 친구와 절친한 친구는 역할이 다르지만, 둘 다 꼭 필요합니다. 친한 친구는 일상을 즐겁고 편안하게 해 주고, 절친한 친구는 마음속 깊은 이야기까지 함께 나누게 해 줍니다.
속마음을 나눌 친구가 있다고 해서, 모든 고민이나 감정이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내 이야기를 편하게 들어 줄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훨씬 든든해집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상대가 되어 주는 것 또한 삶의 큰 보람입니다.
속마음을 주고받으며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어도, 그 사이가 영원히 그대로 남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 사이는 가끔 흔들리기도 하고, 사이가 틀어지기도 하니까요. 이제 서로 ‘오래 가는 절친’이 되려면 무엇을 주고받아야 좋을까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74083350?ReviewY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