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기
지수는 주말에 은우와 함께 놀고 싶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딱히 정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은우도 좋아할지 잘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지수는 결국 은우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으누으누 은우야! 이번 주말에 같이 놀러 나갈래? 나 요즘 일만 했더니 조금… 아니 많이 놀고 싶어.
좋아. 난 주말에 큰 계획 없어. 근데 뭐 하고 놀 건데? 참고로 그날 저녁엔 가족 식사 약속이 있어서 너무 늦게까지는 어려워. 그리고 요즘 지출이 많아서 돈도 별로 없고…
아직 딱 정한 건 없고, 통화하면서 같이 찾아보려고 했어. 예전에 다른 친구랑 무리해서 비싼 데 갔다가 돈 아까워서 사이가 어색해진 적이 있거든. 그래서 요즘은 웬만하면 부담이 적은 약속 위주로 잡으려고 해.
돈이나 시간 부담을 많이 안 들이고 놀고 싶으면, 특별한 곳보다 평범한 곳이 더 좋지 않을까?
평범한 곳? 근처 공원이나 시장, 마트 같은 데? 에이, 그런 데는 딱히 ‘놀러 간다’는 느낌이 안 나잖아. 좀 시시하지 않아?
가기 전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근데 막상 가보면 절대 그렇지 않아. 은근 재미있다니까.
무슨 재미? 그런 곳은 가족이랑 자주 다녀왔는데.
보통 ‘논다’고 하면 놀이공원이나 콘서트 같은 특별한 이벤트를 떠올리잖아. 그런 건 준비도 번거롭고, 돈도 꽤 들고, 하루를 통으로 비워야 해서 자주 못 가. 하지만 동네 산책로나 시장 같은 익숙한 곳은 준비물도 필요 없고, 언제든 훌쩍 갈 수 있어. 무엇보다 서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고. 같은 마트라도 엄마랑 갈 때랑 나랑 갈 때랑 기분이 같겠어?
듣고 보니 그렇네. 예전에 동아리 행사 때문에 너랑 같이 마트 가서 장볼 때 꽤 재미있었어. 그냥 과자 고르면서 떠들기만 했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몰랐지. 부모님과 마트 갈 때랑은 확실히 느낌이 많이 달랐던 거 같아. 그래도 가끔은 영화나 놀이공원 같은 데 가는 것도 좋지 않아?
당연하지. 근데 그건 취향 안 맞으면 서로 꽤나 불편해지더라. 무서운 거 잘 못 보는 친구랑 얼떨결에 공포 영화 보러 가면 그 친구 진짜 힘들잖아. 놀이공원도 마찬가지고.
난 높은 놀이기구 타면 너무 어지러워서 힘들어.
난 완전 반대야. 스릴 넘치는 것만 골라 타는 편이거든.
이럴 수가… 나랑 비슷할 줄 알았는데.
미안합니다. 의외로 아찔한 놀이기구 무척 좋아해서.
놀랐습니다. 정말 의외라서. 아무튼 이렇게 취향이 갈리면 곤란하니까, 누구나 편하게 같이 즐길 만한 걸 찾아야 해.
어떤 놀이든 무언가를 직접 하는 거보다 ‘구경’하는 게 더 쉽긴 해. 예를 들어 축구를 같이 하는 것보다 같이 보는 게 훨씬 수월하잖아.
근데 구경도 취향 타지 않아? 나 솔직히 축구 경기 봐도 뭐가 뭔지 몰라서 제대로 즐기질 못해.
그래서 ‘자연’을 구경하는 게 제일 무난해. 꽃, 강, 바다 같은 건 취향도 덜 타고, 따로 규칙 같은 걸 공부할 필요도 없어. 게다가 그런 곳에 막상 구경 가면 이런저런 이벤트를 할 때도 많아. 근처 수목원이나 지역 축제 같은 곳도 찾아보면 은근히 갈 데 많고.
난 친구랑 논다고 하면 무조건 티켓 끊고 들어가는 곳만 생각했어. 지역 축제나 자연 풍경은 어르신들이나 가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성격이나 취향 안 맞을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 좋네.
그런 데서 천천히 걷고, 얘기하고, 구경하고, 사진 찍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을걸?
오케이. 그럼 이번 주말 점심에 옆 동네 호수 공원에서 볼까? 다음 주까지 거기서 코스모스 축제 한대.
오, 좋다! 거기서 옛날 교복 체험이랑 벼룩시장도 한다고 들었어. 그 교복 입고 포토존에서 흑백 느낌으로 같이 사진 찍으면 재미있겠다. 벼룩시장 구경하면서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씩 서로 선물하는 것도 좋고.
되게 소소한 놀이인데, 이상하게 꽤 기대된다.
요즘 유명인 나오는 화려한 영상 많이 보잖아. 재미있긴 한데, 보고 나면 내 하루는 시시하게 느껴지는 부작용이 있더라고. 결국 내 진짜 일상이 훨씬 소중하더라. 그걸 친구랑 나누면 더 좋고.
잠깐, 방금 한 말은 좀 감동인데? 이거 돈 내고 들어야 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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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은우와 지수는 코스모스 축제를 하는 공원에서 만났습니다. 둘은 옛날 교복 체험 부스에서 교복을 맞춰 입고 포토존 앞에서 흑백 사진을 찍었습니다. 둘은 벼룩시장을 천천히 돌며 심플한 가죽 열쇠고리와 작은 꽃 모양 머리핀을 골라 서로에게 선물했습니다. 핑크빛 물결 같은 코스모스 길을 걸으며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일을 도란도란 이야기했습니다.
지수는 영화관에서 말 한마디 없이 영화만 보고 나오는 날보다 오늘이 훨씬 좋다고 느꼈습니다. 거창한 계획이 없어도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연락과 즐거움을 주고받으며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면, 이제 한 단계 더 가까운 ‘절친한 친구’로 나아갈 차례입니다. 그러려면 무엇을 주고받아야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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