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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Oct 31. 2016

솔로가 조금 덜 아파야 하는 이유

                                                                               

 

  싱글, 돌싱, 단독세대...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혼자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흔하게 볼 수 있다. 혼자서 영화를 보고, 여행을 하고, 차를 마신다. 혼밥, 혼술, 혼영, 혼행, 혼놀... 무수한 용어가 생겨나고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더 이상 혼자라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관광지에도 카페에도 극장에도 식당에도 지하철에도 혼자가 가득하다.


  서른셋, 처음으로 홀로 제주 여행을 했다. 차를 렌트하고 혼자 밥을 먹어야 했다. 미리 혼자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을 검색해 알아두었다. 햄버거나 편의점 인스턴트들만 먹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성격 탓인지 혼자 해물뚝배기를 시켜서 딱새우까지 까먹는 대범함을 보였다. 돌이켜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스스로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기도 하다.


혼자만의 시선, 그 달콤함(새별오름)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의 시간을 존중하려고 하니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내 여행이 왜 이렇게 흘러가야 하는지 어느 누구에게도 합리화하지 않아도 됐다. 혼자를 즐기는 여행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생각보다 아주 많았다.  특히 앳되 보이는 홀로 여행자가 더없이 부러웠다. 이런 혼자 여행을 20대에 해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혼자라서 더 소중했던 그 찰나의 순간(우도 서빈백사)

  어쩌면 인생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했다. 그렇지만 후회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울 만큼 그 순간이 즐거웠다.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동떨어져 순수하게 내 감정과 나 자신만 생각해도 되는 상황이 즐겁고 행복했다. 고독이라면 고독이지만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았고 마냥 달콤하기만 했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언제까지나 익숙해지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나도 혼자 칼국수나 순대국밥, 뼈다귀탕도 잘 먹고 다니게 되었다. 오히려 더 웃으며 주문하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혼자서도 맛있게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또 혼자 온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어주는 사장님들은 얼마나 될까. 그래도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 혼밥족을 위한 테이블이 있는 식당도 많아지고 있으니까... 곧 모두 익숙해질 풍경이 아닐까.


  가끔 싱글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주변 사람들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혼자인 것을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왜 마치 다른 사람에게 결례라도 한 것 마냥, 미혼인 것을, 싱글인 것을 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없게 하는 걸까. 누군가 '왜 아직 혼자냐', '어디 하자 있는 건 아니냐'며 떠드는 그런, 의미 따위란 상실해버린, 나오는 대로 쉽게 내뱉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오지랖에 왜 상처받거나 대응하려 애쓰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가. 저마다 스스로에게 느끼는 감정들이 있을 테고 그것조차도 스트레스인데 왜 다른 사람 때문에 더 힘들어야 하는가. 겪지 않아도 될 감정 소모일 뿐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내가 만들어 가는 큰 그림이다. 누군가 어떤 붓이 더 좋은지, 밑그림부터 그리는 것이 좋은지, 어느 학원이 그리는 방법을 잘 가르쳐주는지 훈수는 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 그림은 누가 대신 그려줄 수가 없다.  오직 내 인생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혼자라고 실패한 것이 아니며, 혼자라고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모두 다 각자 다른 길이 있고, 그 선택은 본인의 몫이며,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려 노력하고 살고 있다면 누가 누구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낼 수 있겠는가. 옳고 그름이란 없다.


  삶에 정답이라는 게 있는가. 누구든 그 나이를 살아보고 두 번째 또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우리는 모두 처음으로 지금을 살아본다. 설령 살아본 삶이라 해도 같은 길을 갈 수 도 있지만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는 게 어디 뜻대로 되는가. 혼자이고 싶어서 혼자인 사람도 있고, 혼자이길 원치 않았거나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혼자인 경우도 있는 법... 인생은 때로 뜬구름 같고, 때로는 흐르는 강물처럼 순리 같을 때도 있다. 많은 고난과 사건, 사고를 겪는 인생이 있고, 고요하고 단편적인 지루한 일상이 계속되는 인생, 순탄하기만 한 인생도 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당신과 나의 인생은 이 순간에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희로애락도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사랑받는 느낌이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다. 그 느낌을 알지 못하고 죽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슬프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기준에서 혼자인 사람이 외로울 것이라고 단정하지 마시라. 오히려 당신보다 그 혼자가 덜 외로울지 모르니까.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것은 혼자라서 느끼는 고독이 아니라 함께이면서 느끼는 고독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물론 혼자가 가장 좋다는 것도, 혼자가 불편한 게 없다는 것도, 혼자가 대세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혼자라는 이유로 함부로 그 사람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누가 혼자라는 이유로 왜 당신에게 비난받아 마땅하고, 당신의 훈수를 곱게만 들어야 하는가. 그런 법이 어디에 적혀있단 말인가.


  혼자이면 스스로 더 짐을 지우게 되기도 하고, 홀로 해쳐나가야만 하는 압박을 안고 가기도 한다. 그런데 왜 당신의 비난까지 짊어져야 하는가, 왜 꽥 소리도 내면 안되는가. 혼자인 게 당신에게 무슨 죄라도 진 것처럼 왜 혼자를 민폐처럼 느껴야 하는가. 솔로는 조금 덜 아플 필요가 있다.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솔로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모든 솔로는 조금 덜 아파하시라.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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