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영 May 19. 2018

네가 기분이 좋으면 나도 좋아.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그 말의 의미


"네가 웃으면 기분이 좋아. 그런데 네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 나도 그래. 아주 안 좋아. 네가 짜증을 내면 나도 막 짜증이 나. 또 네가 기분이 좋으면 나도 좋아. 그래서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도 좋으니까."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다. 그 말의 의미를. 많이 표현하지 않는 그가 어느 날 무심코 던진 말들. 쉽게 넘겼었다. 그냥 하는 말이라고... 투덜거리는 나를 다독이려는 말로만 여겼던 것 같다.




"왜 사랑한다고 말을 못 해?"

"내가 왜 좋은지 말해봐."

"내 생각 말고, 자기 생각을 말해줘."

나는 자주 질문하고 표현하는 전혀 다른 스타일.


그에게는 아픈 사랑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쉽게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게 무척 서운했다. 나를 얼마큼 생각하고 있는 건지 그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지 자꾸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나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의 행동과 말들 그리고 배려 속에서 느끼고 있었다. 내가 무척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괜찮아졌다.






긴 시간 누군가가 묵묵히 곁을 지켜주고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끊임없이 힘듦과 좌절을 겪을 때마다 토닥여준다는 사실이 삶의 끝자락에 섰던 힘들었던 많은 날들을 이제는 조금 긴 호흡으로 더듬으며 말할 수 있을 만큼 나를 더욱 단단해지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함께했던 시간 속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그게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다.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많이 엮여있고 그걸 인정하고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는 자연스레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간다.






살다 보면 마음이 지옥에라도 떨어진 것처럼 힘든 날이 있다. 그렇지만 분명 지나간다. 내일이 온다. 내일은 어제와는 분명 다르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그래서 모든 고통과 시련도 끝이 온다. 끝이 있어 인생은 아름답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좋아한다. 힘들 때는 끝을 기다린다. 반드시 끝이 오리라 여기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나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그 말의 의미. 내가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 나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그는 내게 알려주려고 했다.


네가 기분이 좋으면 나도 좋아.

그가 웃으면 나도 기분이 좋다. 그래서 웃게 된다. 그의 기분이 좋으면 나도 좋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따로 또 같이 그렇게 함께 시간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그도 나도 오늘도 내일도 모두 다 좋았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