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절영 Jan 14. 2023

부적격자에게 가족을

「우주전쟁」& 「에이 아이」

부적격(명사) 어떤 일에 알맞은 자격을 지니지 못한 사람.

 

 첫 글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 「우주전쟁」과 「에이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재난 영화인「우주전쟁」과 SF 영화「에이 아이」는 가족을 이유로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는 점에서 두 이야기의 골자는 무척이나 비슷하다. 나는 이 두 영화를 가족을 갖기에는 자격이 부족했던 그들의 이야기로 바라본다.  가족 그까짓 거, 피가 이어져 있지 않더라도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간다면 충분히 가족이잖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우주전쟁」의 주인공 레이는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불러줄 자장가 하나 모르고 딸의 알레르기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자격미달 아빠이다. (그가 설령 톰 크루즈의 외모라도 말이다!) 레이에게는 전대미문의 외계 침공 상황에서 보스턴에 있는 이혼한 아내에게 아이들을 데려다줘 야만 한다. 그는 외계인으로부터, 그리고 세상의 수많은 악의로부터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그의 선택은 항상 최선도, 차선도 아닌 최악만을 향하고 마지막에는 살인조차 불사한다. 마지막에는 레이의 그 노력이 보상받아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레이는 흔한 재난영화와는 달리 세상을 구하는 영웅도 존경해마지않는 아버지도 되지 못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몇 차례 걸쳐 증명되었음에도 절대 가족의 울타리 안에 들여지는 일 없이 눈물겨운 상봉을 뒤로하고 다시 원래의 외톨이 항만 근로자 생활로 돌아갈 뿐이다.

 

「에이 아이」 역시 그렇다. 주인공 데이비드는 아들을 갖지 못하는 모니카를 위해 만들어진 아이 로봇으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다. 아이의 형태라곤 하나 로봇을 사랑할 수 있는 엄마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데이비드는 어미에게 버림받고 사랑을 찾아 떠나나 간절한 기도와 끝없는 노력에도 진짜 사랑은 얻지 못한 채 환상을 바라보며 눈을 감는다. 정말로 사랑받고 싶었던 모니카는 이미 5천 년 전에 죽어서 그조차 거짓인데도 불구하고.


 레이가 지금까지의 고생을 보답받듯 눈물겨운 가족 간의 상봉에 함께할 수는 없는 것처럼, 데이비드 역시 여느 아이가 그렇듯 보드라운 어머니의 살결을 느끼며 행복
으로 온몸이 차오르는 기분을 느낄 수는 없다. 부적격자인 그들이 가질 수 있는 것은 가족이 남기고 간 순간의 따뜻함 뿐. 가족을 갖지 못하는 이 애처로운 부적격자들을 때로는 무척이나 따뜻하게, 때로는 안타까울 정도로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 두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우주전쟁」과 「에이 아이」의 마지막
작가의 이전글 한국은 끝없이 불행해지는 과부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