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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길 Mar 07. 2019

플라스틱 인심

fake plastic trees 

나는 매일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없는 생활 방식)에 도전한다. 

도전을 반복하는 이유는 제로웨이스트에는 결코 성공이라는 게 없고 

방심할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만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없는 구매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고 생각했어도,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실패는 빈번히 찾아온다. 


어제 점심에 있었던 일이다. 

김밥을 사기 위해 분식집을 들렀다. 김밥 세 줄을 시키고 앉아 있다가 

사장님이 일회용기에 손을 뻗으시는 순간, 잽싸게 개인 용기를 가져왔노라고 말씀드렸다. 

늦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었다. 2초 정도 늦었으면 일회용품을 써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안심했다. 이내 김밥이 준비되었고, 카드를 꺼내려 지갑을 뒤지는 찰나의 순간... 

비닐랩으로 용기를 돌돌 말아 포장해주시는 사장님.. 

'아.. 비닐 안 쓰려고 통 가져온 건데..'  




나는 이런 순간마다 한국 사회에는 '플라스틱 인심'이라는 것이 있음을 느낀다.

유일하게 롯데리아에서만 주는 플라스틱 컵 뚜껑 속에

맥주집에서 음료수 시키면 어김없이 꽂혀 나오는 플라스틱 빨대 속에도

슈퍼에서 라면 하나만 사도 주는 비닐봉지에 조차

플라스틱 인심이 녹아있다. 

불필요한 쓰레기가 만들어지더라도 고객의 편의를 우선한다는 일종의 서비스적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는 수요로부터 생겨나고 진화하니까, 오랜 시간 동안 '플라스틱 인심'을 원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나 보다.




오로지 성장만을 외치던 지난 시간들 속에서 편의는 절대적인 가치였겠지만,

지난날의 편의는 국가조차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 더미들 또는 미세먼지가 되어 돌아오기 시작했다.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금메달, 돈 주고 개도국에 떠넘기던 쓰레기들도 돌아왔다.)

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쓰레기 문제에 세상은 분명 변화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같은 철저한 영리 기업들이 정부보다 앞장서서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이끌고 있고, 

늦은 감은 있지만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등 각종 환경 규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짜 인심을 서비스라 여겨 온 수많은 이들에게

오늘도 여전히 '플라스틱 인심' 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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