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청소기는 지난 10년간 상당한 발전이 있었던 몇 안 되는 가전 제품군이다. 그동안 냉장고나 세탁기는 별 다를 것 없는 성능에 부가 기능 정도를 더해서 마케팅과 고급화로 승부를 봤던 반면, 무선 청소기는 2015년 다이슨의 등장과 동시에 아예 천지가 개벽했다. 이전부터 무선청소기가 있긴 했지만, 차량용으로 쓸법한 저출력의 핸디형 청소기에 그쳤다. 이젠 유선 청소기 자체를 보기 힘들 만큼 유선청소기의 성능까지 따라잡은 무선청소기들이 많아졌다.
출처: 뉴스핌
그런데, 무선 청소기는 무려 4시간을 충전하고도 최대 출력으로는 고작 15분밖에 쓸 수 없는 짧은 사용시간(다이슨 v11 기준)을 가졌다. 결함이 아니고 가벼운 배터리로 고출력 모터를 사용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나 태생적으로 그렇다. 문제는 사용 패턴에 따라 잦은 방전을 겪게 될 수 있는데, 이때 점점 사용시간이 짧아지면서 방전도 더 자주 일어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다. 이 사이클이 누적되면 끝내 못쓰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보통 제품 자체의 고장보다 먼저 만나게 될 문제가 아닐까.
내 경우에도 2018년에 구매해서 쓰고 있던 중국산 청소기의 배터리가 사용 시간 30초에 이를 때까지악화되어, 청소기 주제에 청소는 못하고 사용자의 화만 열심히 돋우고 있었다.
새 청소기를 사라고 압박받는 와중에, 배터리까지 단종되었다. 중국산은 이게 문제다. 저렴한 가격 탓에 교체주기가 짧아 멀쩡하더라도 버리고 차라리 새로 사기를 권한다.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어, 더 찾아본 끝에 배터리 셀을 교체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납땜이 필요하지만, 납땜이 익숙하지는 않다. 못하는 납땜을 더듬더듬하는 건 분명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사서 고생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이럴 때는 다행이다.
나사 두 개만 풀면 배터리가 열린다.
배터리를 여는 것 까지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배터리에는 점용접이 되어있었다 ㅎㅎ
단단히 용접이 되어있어 칼로도 분리되지 않는 배터리.
다행히 니퍼로는 떨어진다. 아니 찢어지는 건가...
셀을 교체했지만, 걸레짝이 되어버린 배터리. 나는 납땜을 못한다.
한층 흉물스러워졌지만, 놀랍게도 잘 작동된다.
집에 있던 2600mAh 배터리 6개(1만 원 상당)와 저녁시간의 고통으로 폐기될 위기의 청소기를 되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