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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Oct 23. 2024

브랜드여, 신화가 되어라!

개기일식처럼 경이로운 신화적 서사를 창조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지난 화요일, 북미에서는 개기일식이 관측되어 많은 이들이 흥분했습니다.


개기일식 파티는 물론이고, 각종 소셜 미디어도 개기일식 이야기와 인증샷들로 가득했죠. 마침 한국에 있어 놓치게 된 것이 저로서는 무척 아쉽기도 합니다.


개기일식을 본다는 건 두근거리는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르는 세계, 통제할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이 느껴지는 웅장한 자연 현상을 목도하는 것이니까요.


고대부터 현대까지 개기일식은 많은 문화권에서 중요한 천문학적 사건으로 여겨졌습니다.


특히 일식을 자연 현상으로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수 없었던 고대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한 수많은 신화와 전설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주로 신들의 분노, 세계의 종말, 또는 중대한 변화의 전조로 해석되곤 했다는 점에서 얼마나 사람들에게 커다란 감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해 볼 수 있지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면, 개기일식처럼 신화의 소재가 되는 자연 현상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스스로의 신화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 “브랜드여, 신화가 되어라!”


일식으로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고대의 사람들은 “아,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같은 크나큰 공포를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곧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밝아지고, 그것은 세계의 안정, 정의의 승리, 성공한 도전, 세계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 등 다양하게 해석이 되었을 테지요.


여기에 이야기꾼들이 과학적 근거라곤 없는 살을 붙여, 담백한 자연 현상을 역동적인 신화와 전설로 재탄생시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 역시 신화가 되어야 합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탄생 일화와 그 도전적인 여정은, 일식의 주기와 그 발생의 순간만큼이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신비해야 합니다. 환상적인 동화로, 예술적인 단편 영화로, 역사의 깊이가 담긴 서사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제품의 상업적 측면, 특징과 기능 등을 홍보하는 것은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일식을 과학적으로 자세히 설명해버리면 신화적 서사의 설득력이 약해지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대신에 브랜드의 아이디어, 열정, 제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고군분투와 창의적 영감, 남다른 뒷이야기, 특별한 기술의 발견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2] 신화의 필수 요소: 자연 그대로의 원초적인 힘


프리미엄 브랜드는 자신보다 더 위대한 것에 자신을 연결하여 신화를 구축합니다.


브랜드와 제품을 원초적인 컨셉과 연결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원초적 컨셉은 시대를 초월한 진정성, 잠재적인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신화적 존재가 된 프리미엄 브랜드란 결국 영원한 불로 세공되는 보석같은 것이지요. 평범하게 가죽, 유리, 종이 등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범접하기 어려운 환상적인 갈망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는 것입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활용하는 원초적인 요소들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원소 물리학/화학: 운동, 중력, 빛, 땅, 바람, 물, 불, 에너지, 시간, 공간 등

발견, 혁신, 창의성, 재치, 즐거움 등 인간의 기본 가치

인간의 오감(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선과 악, 좋고 나쁨

독창성, 개성, 차별화되는 독특함

철학, 종교적 의식, 전통



개기일식처럼 경이로운 자연 현상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신화적 서사에 매력적인 소재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 빛과 그림자의 상호작용을 시각화하여 기억에 남는 브랜드 이미지와 서사를 만드는 것이 한 예가 됩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절대적 진품이고 마법 같은 환상이며 영원한 생명을 가집니다.


전통과 철학이 있고 권위를 가지며, 동시에 혁신하는 감각적이고 유일한 존재입니다.


흙으로 빚고 불로 구워내면, 바람따라 흘러가는 물결이 되고 반짝이는 윤슬이 됩니다.


도전하고 변화하며 역경 끝에 도약하여, 기어이 오른 조용한 왕좌에서 세계를 둘러봅니다.


버버리나 젠틀 몬스터 같은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들이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하는 방식은 대중적인 브랜드인 유니클로나 무신사의 방식과는 다릅니다.


전자는 예술적이고 독특한 스토리와 세계관을 내세운다면, 후자는 상품의 외형과 기능, 가격에 집중합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자신만의 신화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고, 대중적인 브랜드는 상업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꼭 값비싼 명품 브랜드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여러분의 브랜드만의 차별적인 신화를 한 번 만들어 보세요.


그 서사에 부끄럽지 않은 콘텐츠, 제품, 서비스를 상상해 보세요.


그렇게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왕좌를 향해 달려보세요.


브랜드 가치의 한계선을 정하는 것은 오로지 여러분 뿐입니다.



P.S. “브랜드여, 신화가 되어라!”는 에반게리온 OST, ‘잔혹한 천사의 테제’의 가사인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의 패러디입니다. 에반게리온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신화적 서사로 적절할 법한, 무척 난해한 스토리로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대중성을 찾아보기 힘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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