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첫째 주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강사의 안전사고 및 교육이 계속되었다.
수강생에겐 교재에 적힌 고리타분하게 들리는 안전사고 이론 개념 수업은 곤욕이었다.
진도 중인 앞쪽 이론 페이지를 넘겨 실습 페이지를 들려 쳐 보는 수강생의 마음을 환기시키려 강사가 교재를 내려놓았다.
"지난번 수강생들 때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강사는 수업시간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처럼 모두를 집중시켰다.
"칼에 미숙한 못한 분들의 안전사고도 주의해야 하지만 2~30년 살림을 하시던 어머니들이 도리어 더 큰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첫 번째, 익숙해져서 급한 마음에 칼질을 하다가 쉽게 손을 베이기도 하지요.
실기 시험 때 혹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준비해 가신 행주로 지혈을 하며 피 흘린 티를 내지 않고 진행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프로입니다.
프로는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있지요.
두 번째, 그래서 절대 맛을 보지 않습니다.
실기시험장에서도 감독관도 시각적 채점이지 절대 미각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색을 내기 위해 소금이든 설탕이든 넉넉히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정해진 규격 대신 익숙한 요리에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시기도 합니다.
여지없이 탈락되십니다.
꼭 강사의 말을 잘 따라주세요."
강사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강생들은 노란 병아리가 되었다.
"익숙해 있는 것이 더 독이 될 수 있네요."
뒷자리 수강생이 강사에게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지난번 기수에서 시험장에 4명이 한 테이블을 쓰는데 가운데 재료를 담아두는 바트를 두고 작업을 진행하게 되어있는 구조였습니다.
저희 수강생들이 한 번에 시험 접수해서 4명 모두 아는 사람끼리 테이블에 서 있었습니다.
모두 익숙한 분위기라 다 합격을 할 거라 믿고 마음의 안정을 하며 시험을 보았습니다.
헌데 그중 한 분이 너무 떨린 나머지 전에 지짐누름적이란 과제에서 자신의 계란물을 다 쓰고 잘 붙지 않으니 앞자리 동료의 계란물을 한수저 퍼서 자신의 지짐 누름적을 완성했답니다.
앞자리 동료는 황당한 상황에 남은 계란물로 지짐누름적을 완성하려 했지만 지짐누름적이 서로 붙지 않아서 꼬지를 빼니 다 흐트러지고 말았지요.
그 자리에서 이의 제기했으면 탈락이었겠지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시험을 마무리하셨어요.
나와서 억울함에 울고 있는 그분에게 계란물을 가져간 분이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되려 나머지로도 충분해 보였다는 말에 문제가 벌어졌어요.
결국 감독관에게 사실을 말하고 탈락 처리되고 두 분 다 더 이상 학원에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모두 숙연해졌다.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여러분들은 모두 다른 외모, 성격, 나이를 가지고 계십니다.
각자 다른 재료지만 학원이라는 꼬지에 이어진 인연이지만 오해나 다툼 없이 하나 되어 모두 합격하시길 바랍니다."
강사의 말이 끝나자 재치 있는 수강생이 말을 이어받았다.
"계란물이 그분들을 화해시키고 상처를 붙이지는 못했네요."
소고기, 표고버섯, 당근, 쪽파, 통도라지...
자기주장이 강해 보이는 재료를 다듬고 꼬지로 끼워 계란물을 입히고 꼬지를 제거하고 나갔을 때 모두 잘 붙어 어울려야 하는 것이다.
나와 다른 형태의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하나 될 때 계란물처럼 익숙하거나 혹은 급한 마음에 타인 이해하지 않고 벌어지지 않는 여유를 갖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