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북어보푸라기

[한식조리사] 제5장 소원빌기

by stamping ink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휴일을 제외하곤 실습실에서 같은 얼굴을 만났다.

어색했던 시간도 점점 익숙하게 익어갔고 농담도 오가는 사이가 되었다.

넉살 좋게 몇몇 이는 자신이 만들어 온 작은 음식을 사람들에게 베풀기도 했고 오가는 주전부리는 마음을 열기에 작지만 강력한 열쇠가 되었다.


수업시간이 시작되기 전, 익숙하게 실습복으로 갈아입다 보면 오늘 배울 내용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강사가 들어와 칠판에 오늘의 주제를 남겨두기 전까지는 테이블 위에 준비물을 보고 추측할 뿐이었다.


"엥? 이게 뭐야?"

제일 먼저 자리를 잡은 이가 내던진 말에 모두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재료를 보았다.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북어 반마리씩 지급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아마도 어린 시절 제사를 지냈던 큰집에서 본 것이 마지막 기억인데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큰집에서 음식을 나눠주어 집으로 가져올 때 간혹 딸려오기도 했던 마른 북어포.

어머니는 잘게 뜯어 북엇국으로 요리도 하고 남은 부분은 푹 고아서 집을 지키는 강아지에게 베풀어주기도 했었다.


"오늘은 북어보푸라기를 실습해 보기로 합시다."

강사가 문을 열고 인사를 마치자마자 북어포의 쓰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북어보푸라기라는 음식이 한식으로 존재했는지 이날 알게 되었다.


북어를 두드려 살만 손으로 비벼 보슬보슬하게 만든 후 삼등분을 하여 간장을 넣어 갈색빛을, 고춧가루를 넣어 붉은빛을, 하나는 북어 포 천연의 노란색으로 마무리하는 과정이었다.

칼이나 불을 쓰지 않는 요리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지만 보푸라기가 예쁜 색으로 보슬보슬 올리는 것이 관건이었다.


보슬보슬 북어포를 만들기 위해 모두 손바닥 위에 잘게 뜯어낸 북어포를 올리고 비벼대기 시작했다.

"소원 빌듯이 비벼보세요."

손을 비비는 모습이 마치 소원을 빌려 손을 비벼대는 모습과 다를 바 없어서 모두 한바탕 웃어댔다.


"저는 자격증을 꼭 따서 같이 배우러 온 아내와 식당을 차리게 도와주세요."

젊은 부부가 함께 수업에 듣고 있었는데 남편이 북어포를 비비며 큰소리로 소원을 빌었다.

"여러 번 사업이 실패해서 마지막까지 생각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용기 낸 남편과 식당이 성공하게 도와주세요."

아내도 지지 않고 큰 소리로 소원을 이어받았다.

모두 웃음과 박수가 섞였고 여기저기서 아멘, 혹은 나무아미타불 등등 응원의 답가처럼 소리내어주기도 했다.


"저희 모두 자격증 따게 도와주세요.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세요."

20대에 활기찬 모습에 반장으로 뽑힌 실습생이 큰소리로 외쳤다.

수강생들이 순간 조용히 북어포를 손에 올리고 작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보슬보슬 꿈을 담아 북어 살이 우리의 손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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