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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Mar 06. 2022

무리무리

10. 공포의 빗길 운전

폭설로 길이 미끄럽거나 폭우로 장대비가 쏟아지면 도로의 긴장감은 더 높아진다.

초보운전자로서 교만하지 않도록 일기예보를 꼭꼭 챙겨보고 대비를 하는 준비성 있는 자세를 갖추지만 변칙 상황에서의 현명한 판단력은 희미해져 간다.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이 다가오고 와이퍼가 잘 작동하는지도 체크했다.

출발 전 운전을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들었던 장마철 라이트 켜고 달리라는 조언이 떠올라 시동을 켜고 라이터 불빛이 잘 비치는지도 확인했다.

오늘따라 더 신경을 쓴 이유는 카풀을 부탁한 여직원을 위해서였다.

그녀는 사정상 하루만 도움을 요청했고 돌아가는 거리도 아니었기에 흔쾌히 허락했다.


바빴을 아침 출근길에 우산을 쓰고 손도 부족할 자세로 커피를 든 채, 그녀는 길가에 서 있었다.

그녀가 준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짧은 사담을 하며 출근길을 달렸다.

빗길의 도로는 거북이걸음의 차가 가득했다. 

나란히 가는 옆 차선의 흰 차가 유독 눈에 띄었다.

바닥 유도선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차선 변경을 시도하고 있었다.

애처롭게 차선을 넘고자 깜빡이만 켜고 서행을 하는 운전자를 위해 차간 거리를 벌려주었다.

끼어들 틈이 완벽하게 확보되자 차선을 넘어 내 앞으로 들어온 차는 감사의 표시로 비상등을 켜 주었다.

동료 여직원은 바쁜 출근시간에 신호에 걸려 몇 분이 늦을지도 모르겠지만 차선 배려를 해 준 것은 오늘 행운이 있을 것이라 했다.

선한 일을 했으니 운 좋은 하루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회사 근처에 다 닿을 무렵

우회전을 돌아 한적한 끝 차선에서 1차선까지 옮겨가야 하는 신경을 쓰는 구간에 도착했다.

신호 지시등을 켜고 끝 차선에서 다른 차선을 보려는 순간...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당황스러움에 눈을 비볐다. 하지만 안개처럼 사방이 삽시간에 뿌옇게 변해갔다.

몸이 어디 아픈 걸까? 무리를 해서 그런 걸까? 요즘 일에 스트레스가 많았나? 별별 생각이 오갔다.

요즘 모니터를 너무 열심히 봤었다. 업무로 긴 시간을 컴퓨터 작업에 매달리니 당연히 눈 관리를 소홀히 했다.

당혹스러운 상황에 비상등을 켜고 갓길로 차를 세워놓았다.

"나 아무래도 몸이 이상한가 봐요. 눈앞이 뿌옇게 보여요. 옆 차선으로 옮겨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 요즘 해결해야 할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았나 봐요. 무리하니 몸이 이 모양이 되어버렸나 보네요."

두려움에 핸들을 양손으로 꼭 쥐었다. 점점 도로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동승자에게 대리 운전을 부탁해야 할지 출근 후 바로 병원을 가야 할지 병가를 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 업무 스트레스 많죠. 요즘 그 프로젝트는 진짜 이상하더라고요."


자가 운전자였던 동승자는 나와 이야기를 하며 에어컨 버튼과 외부 공기 버튼을 눌렀다.


순간 뿌옇던 유리창이 점점 맑아지기 시작했다.

차창만 바라보던 시선을 그녀에게 옮겼다.

실내는.. 그녀는 맑게 보였다. 유리창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지고 있었다.


빗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히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태워줘서 감사하다며 떠나는 그녀의 어깨가 웃음을 참느라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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