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경고등
운전석에 앉아있으면 어린 시절 외국영화에서 보던 변신로봇 조종사의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수많은 버튼과 램프가 있지만 조종사는 능숙하게 조작을 했다.
의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운전석의 조정장치를 비할 수 없지만 나에겐 급작스럽게 번쩍이는 경고등은 긴장감을 불 붙이기엔 충분했다.
계기판에 알 수 없는 수많은 램프 중에 하나라도 켜지는 날이면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검색을 해야 했다.
휴... 안개등이 켜져 있다는 것이구나.
기울어지는 것도 모르겠는데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이 빠졌다는 거였네.
제법 운전이 늘면 익숙한 경고표시는 쉽게 체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생각지 못한 경고표시에 정비소를 찾아가면 도움의 손길이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
정지신호에 차가 멈추고 다시 액셀을 밟았다.
움직이지 않는다. 나의 애마가 멈추어 꿈쩍하지 않았다.
급히 비상등을 켰다.
도로에 민폐 차량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번잡한 도로도 아니었고 고마운 이들이 아주 작은 나의 삼각대를 보고 피해 운전을 해주었다.
보험사에 연락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원인이 주유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보험사 차량이 근처에 있었던 것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착했다.
차문을 열고 그의 진단은 기름 부족이었다.
서비스 직원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임을 알려주었지만 나의 얼굴은 여전히 화끈거렸다.
이후 제일 무서운 경고표시는 주유 표시가 되었다.
운전을 시작하고 만렙 운전자들의 조언을 따르자면 차에 기름을 가득 넣어 달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붉은색 경고등이 들어와도 충분히 달릴 수 있다고들 했다.
하지만 나는 바늘이 마지막 칸을 표시할 땐 마음의 여유도 조금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주유를 완료하고 가드 채운 주유량에 마음도 넉넉해졌다.
그 외에도 주의해야 할 경고등은 많지만...
경고등은 잘 봐야 한다.
말 그대로 경고등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