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운전이 취미
휴일 운전이란 출근을 위해 걸던 시동과는 다른 설렘이 있다.
소문이 자자한 핫플레이스에 차를 끌고 들어가진 못해도 고즈넉이 조용한 나만의 작은 카페는 휴일을 즐기기 충분했다.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을 들고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오전과 오후쯤의 중간 시간이라 도로는 복잡하지 않았다.
익숙한 골목으로 차를 몰아 아지트 같은 카페에 도착했다.
단골손님을 마주하는 카페 주인은 주문한 음료 외에도 취미로 만들어냈다며 작은 다과를 함께 내밀었다.
햇살이 따스히 데워 둔 자리에 앉아 책장을 넘겼다.
업무 스트레스도 괴롭히던 어떤 일도 그 순간만큼은 사라지고 오롯이 나의 시간이 쥐어졌다.
휴일의 카페 한자리를 홀로 오래 차지하는 것이 민폐 같아 커피를 마시고 자리에 일어섰다.
카페 주인장의 만류에도 다음에 올 기약을 하고 카페 문을 닫았다.
그렇게 시동을 걸었다.
집안에 안 좋은 일이나 부부싸움을 했을 때 차키를 들고 집을 나선다는 지인이 있었다.
그녀는 운전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물론 위협 운전이나 과속을 하는 운전습관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저 도로를 달리고 있노라면 마음이 뚫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바빴던 마음을 인근 외각을 달리며 그녀의 기분을 느껴봤다.
각가지 고민들을 도로 위에 뿌려두고 목적지 없이 달려 도착한 작은 바닷가에서의 여유는 상상 이상이었다.
물론 길치를 자부하는 나로서는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도 헤매며 집으로 돌아가는 난관이 남아있었지만 그 순간만은 최고의 날이었다.
휴일엔 네비를 켜지 않고 그저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을 달려보는 것도 휴일 즐기기로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