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겁쟁이
봄꽃이 자태를 뽐내더니 떨어지는 순간에도 꽃비처럼 흩날렸다.
이즈음에 드라이브는 운전을 즐겨하지 않는 나에게도 차키를 들고 나서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벚꽃잎이 봄비처럼 쏟아지는 가로수를 누비는 차량행렬이 늘어날 때면 교통체증이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휴일이 되면 많은 차량들이 가까운 명소를 찾아 이 계절을 즐겼다.
나만 알고 싶은 외각의 벚나무길이 있었다.
아름드리나무가 두 팔 벌려 분홍색으로 뒤덮은 하늘을 즐기며 운전하는 기분은 딱 이 계절에만 즐기는 여유다.
2차선 도로 위에서 서행을 하며 보물처럼 숨겨둔 곳도 사람들이 알음알음 늘어나 언젠가부터 장사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나만의 비밀 장소라 부르기도 난해한 곳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일 바엔 유명하다는 명소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sns에 올라오는 화려한 사진들을 눈으로 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출발하고 거북이걸음 차량 사이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유명 공원 입구 표지판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차량 속도는 20킬로를 내지 못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봄노래 들으며 가로수 따라 달려가며 맘껏 즐길 줄 알았는데 서행하는 차들의 요란한 클락션만 요란했다.
위험하게 중앙선을 넘어가는 차들도 눈에 띄었다.
앞으로 가다 보니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노란 학원 연습용 차량이 서행 중이었다.
추월을 하는 차량은 하나같이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
"도로 전세 냈어?!"
내 앞의 차량이 추월을 하며 중앙선을 넘기며 내는 소리는 정확히 들렸다.
초보운전 종이를 펄럭이며 예비 운전자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뒷유리로 보이는 운전자의 잔뜩 긴장한 어깨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때마침 정지신호에 맞추어 차가 섰고 내 뒤로 긴 행렬의 운전자들은 운전석 유리를 내리고 사고라도 났는지 고개를 빼고 쳐다보고 있었다.
정지신호가 떨어지자 보조석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부리나케 달려 운전석의 사람과 자리를 바꿔 앉았다.
고개를 숙이고 나오는 운전자는 보조석으로 천천히 자리를 옮겨 앉았다.
어려 보이는 남자의 어깨가 제법 처져있었다.
앞 선 상황은 모르겠지만 병아리 같은 그의 첫 운전이 계절의 시작인 봄처럼 일교차처럼 늘어날 것이다.
그에게 초능력을 발휘해서 눈길을 보내주었다.
"처음 운전할 때 제일 위로되는 말이 있었어요. 누구든 나보다 운전 잘하니 천천히 운전하라 했죠.
봐요. 면허증만 있던 나도 이젠 꽃구경을 나온다고요."
초보운전 종이 붙은 유리를 통해 머리를 글쩍이는 그가 보였다.
나의 경험이 그에게도 통해 내년엔 함께 옆 차선에서 달릴 그가 되어있으리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