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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Apr 25. 2022

나 때는

18. 고령운전

은발의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을 좋아한다. 그의 굽실거리며 고집스러워 보이는 백발은 깊은 통찰력을 가진 소유자처럼 보였고 쇼생크 탈출에서 그의 나지막한 독백은 아직도 귓속에 맴돈다.

나이가 들어가며 인생의 멘토 같은 사람을 쫓게 된다. 나이 불문이라는 말을 덧붙이지만 아무래도 연배 높은 백발의 연륜은 무시하지 못한다. 그것은 삶에서 녹아 나온 경험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분명 야외 주차장에 시동도 잘 끄고 차문도 잘 잠그고 나왔는데 다음날 강추위에 차도 얼어버렸나 보다.

운전석에 앉아 열심히 시동 버튼을 눌러도 푸드덕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한번 쉬었다가 다시 걸어보기도 하고 무리하게 연속으로 시동 버튼을 눌러봤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표준 운전자라고 자부하는 내가 차에 대해서 전문지식이 란 이런 땐 보험사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려고 보험사가 존재하는 하는 것이구나를 감사해하며 전화 버튼을 눌렀다.

문제는 눈길에 출근길이었다. 전화상담원은 배터리 충전을 할 수 있는 차량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차량 섭외가 쉽지 않음을 양해를 구해왔다. 그녀와의 통화에 거리를 달리는 차가 눈에 들어왔다. 모두 거북이걸음이었다.

"차량 섭외되는 데로 안내전화 부탁드려요."

방법이 없었다. 기다리는 수밖에...

오늘까지 해야 할 일들이 눈앞을 지나쳤다. 어제까지 게으르게 있던 나를 탓했다. 생각났을 때 빨리 해치웠을걸...

발에 불이 떨어져 뛰는 자 위에 종아리가 불타올라야 뛰기 시작하는 나의 태도의 헛된 반성을 했다.


"빠데리가 다 되셨나 보우."

옆에 중형차에 올라타려 하던 60대는 되어 보이는 어르신이 말을 건넸다.

"그런가 봐요. 분명 시동도 라이트도 잘 끄고 내렸는데 왜인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추운 겨울에 차량을 외부에 세워둬서 배터리가 작은 차는 방전이 될 가능성이 있지. 보험사는 불렀우?"

"네. 하지만 기약이 없네요. 충전 차를 구하면 연락 준다는데 소식이 없네요."

그는 조용히 자신의 뒷트렁크를 열었다. 곧이어 대형 집게 와 굻은 선이 따라 나왔다. 내게 보닛을 열라고 손짓을 했다. 창피한 일이지만 난 보닛을 여는 방법조차 모른다. 운전석에서 허둥대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이는지 그는 내 대신 가뿐히 보닛을 열고 집게 전선을 연결 후 자신의 차에 시동을 걸었다.

"자 시동을 걸어봐요."

그의 지시대로 몸이 움직였다. 버튼을 두어 번 눌렀더니 푸드덕 새소리만 내던 차가 굉음과 함께 시동이 걸렸다.


그는 내게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선을 정리하여 자신의 트렁크에 싣고 추우니 얼른 차에 타라는 손짓을 했다. 난 그가 보든 보지 않든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나 때는 차 방전이 참 많이도 되었어. 그래서 요즘 이런 거 싣고 다니는 사람 흔치 않은데 아직까지 이걸 싣고 다니고 있다오. 습관이란 무서운 거지. 덕분에 도움이 되었다니 보람 있군. 그럼 잘 가시게."


요즘 뉴스에 고령운전자의 운전에 관한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아무래도 조작능력이 무뎌져서 생기는 위험한 상황이 생기니 젊은 층과 고령층이 두 갈래로 나뉘어 대립하게 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 고령운전자를 위한 배려, 초보운전을 위한 배려의 여유가 생긴다면 도로의 막힘은 사라지게 될 것 같다.


잘 지내시죠? 나의 슈퍼맨 같았던 모건 프리먼같이 흰 곱슬의 어르신~

그때 인사도 제대로 못 했네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겨울철 은혜 입은 초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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