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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Apr 26. 2022

두려움 극복

19. 자동세차장

내 나이도 사십 대 중반이 되어간다. 이 나이 대화의 화제는 거의 비슷하다.

건강. 재테크. 자식...

그런 대화에 섞여서 정보도 얻고 위로도 하고 공감도 한다.

아마도 자녀 또래가 이 무리에 섞여서 함께한다면 지루해서 온몸이 꽈배기가 되어버리겠지만 이 나이의 대화는 쉼표란 없다.


시간의 순서에 역행하는 사람이 있다.

안정된 삶을 찾아가는 중년기에 그는 도전을 생각한다.

그는 매일 요즘 유행하는 것을 따라가야 한다고 sns 활동과 젊은 사람들이 듣는 음악과 장소를 즐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니 삶이 매일 신기하다고 했다.

휴대전화의 새로운 기능이 하나 생기더라도 기존 것을 유지하는 우리와 달리 그는 새로운 기능을 탐닉했고 우리의 휴대전화에 기능을 설치해 주곤 했다.

그도 배우는 것이 두렵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주는 희열은 세포가 부풀어올라 둥둥 떠 다니는 기분이라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그의 말이 기억났다.

잔잔한 물결 위의 나이에서 거센 파도를 즐길 수 있을까?

문득 차가 지저분해진 것이 생각났다.   

주유도 할 시점이었다. 가까운 주유소로 차를 돌렸다. 주유를 하는 내내 갈등이 시작되었다.

남들에게 쉬운 일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두려움의 장소 중의 하나가 자동세차장이었다.

간단한 조작이라고들 한다. 세차장 직원의 지시에 따라 입구까지 가서 중립으로 세워만 두고 있다가 출차 지시만 따르면 완료되는 간단한 작업이라 하지만 그 과정이 두렵다.

인터넷에 떠도는 세차장 실수담에서의 행동이 내게도 충분히 일어날 것 같아서 세차행위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하곤 했다.


주유가 완료되고 시동을 걸고 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다 잡았다.

처음이 어렵지 다음부터는 이런 걸로 고민할까 싶었다.

아마도 처음 세차장에 갔을 때 불친절하고 성급한 세차장 직원의 강요와 큰 목소리로 주는 질타로 무안했던 상황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었다.


단 5분 정도의 시간은 우려와 달리 쉽게 지나갔다.

우왕좌왕대는 나를 세차장 담당 직원은 천천히 설명과 기다려주는 배려를 해주었고 생각보다 중립으로 둔 상태로 차가 씻기는 상황이 좋았다. 세차가 마치고 출차 지시등이 켜지기 전까지 직원은 여유 있게 손 신호까지 주었다.

생각보다 극복의 과정은 두렵지만 견디고 나면 쉬운 일들이 있다.

"자동세차 처음이셨나 봐요. 처음치고는 능숙하시네요."

세차장 직원이 덜 마른 물기를 닦아주며 말했다. 극복하게 도와준 그가 고마워서 주차장에 같이 있는 편의점에 들려 음료수를 그에게 건넸다.


"이거 당연히 도와야 할 일인데 이런 걸로 무안을 받으셨다고요? 바빠서 그랬겠지만 나쁜 사람이네. 다음부터 세차할 땐 꼭 우리한테 와요."


이제는 차가 지저분하면 어떤 세차장이라도 두렵지 않다.

세상에 개인마다 두려운 것들이 많다. 그중에 극복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도전해보고 있다.

다음 도전 목표는 고속도로 주행이다.

물론 친절한 세차장 직원처럼 고속도로 주행의 고수와 함께 두려움을 극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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