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mping ink May 09. 2022

공포질주

21. 오해 이해

사람의 외모만으로 오해를 빚는 일이 많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딸아이가 말해주었다.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편의점 계산대의 딸아이 앞에 서서 노려보았다고 했다.

잔뜩 위축된 딸은 점장이 알려준 계산대에 비상버튼을 곁눈질로 찾으며 자리를 잡았다.

험악하게 표정을 지은 그가 딸아이 앞으로 더 다가오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눈치채지 않게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학생 미안한데 내가 오늘 안경을 안 가져와서 보이지가 않아서 그러는데요. 뒤에 담배 중에 xxx가 저게 맞는지 봐주겠어요?"

딸과 마주하며 풀린 미간과 눈가의 주름진 미소를 보니 치한으로 오해한 것에 미안함이 밀려왔다고 했다.


살다 보면 이런 이불 킥을 하고 싶은 일을 겪고 싶진 않지만 종종 벌어지곤 한다.

덜렁거리는 성격이라 자신을 책망하며 모든 거듭 챙겨보곤 하지만 실수는 그림자처럼 따라붙곤 했다.

나 역시 운전대를 잡고 첫 셀프 주유를 시도하던 날이었다.

나름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

1. 주유 라인에 차를 세우기.

2. 시동을 끄고 주유구 열기

3. 카드를 챙겨 들고 주유금액을 입력하기.

4. (중요 별표) 제일 중요한 경유와 휘발유 주유기를 선택하기.

5. 주유 완료 후 주유기 제자리 가져다 두고 주유 뚜껑을 잘 닫고 카드를 챙겨 차에 돌아가 시동걸기.

별것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첫걸음마는 한발 떼기엔 큰 두려움이 있는 법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주유기를 꼽은 채 내달리는 입이 쩍 벌어질 일은 없어야 했다. 나름 처음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주유 밸브에 연속 버클을 채우는 법까지 철저하게 공부하고 주유소를 찾았다.


줄을 서서 들어가는 주유소에 운도 좋게 앞자리가 비었다. 뭔가 잘 풀릴 모양이다.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는 순간에 내 뒤에 차가 들어섰다. 제법 차가 큰지 내 차 뒤 범퍼 가까이 차를 밀어댔다. 기가 주유기 옆에 서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나의 똥 씹은 표정이 맘에 안 들었는지 그의 표정도 미안함이라고는 없었다.

나의 주유가 마치고 천천히 주유기를 제자리에 두고 차로 돌아왔다. 뒤차도 제법 주유를 마무리하고 있는 듯 보였다. 시동을 걸고 앞으로 나가려 변속기를 돌리던 중 버릇처럼 평행 주차에 처음은 조금 후진하던 버릇이 나와버렸다. 앞으로 나가야 할 차가 뒤로 후진을 했다. 후진 없이 바로 출발했어도 되는 위치였는데 버릇이 무서웠다.

아무래도 좁게 있던 차는 아슬아슬하게 부딪치지 않고 멈추었다.

주유기에 정산을 마치던 뒤차가 급히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될 일인데 보복이라고 생각했을 그에게 변명을 하게 되는 것 같아 출발을 했다.


신호가 바뀌고 차가 출발하는데 내 뒤로 그 차가 따라왔다. 나를 향한 것인지 모를 경적과 상향 등을 함께 날아왔다. 그의 분노의 질주 같은 나의 뒤쫓기가 계속되었다. 내가 우회전을 하면 그도 우회전을 했고 나의 직진 신호도 함께였다. 이 정도면 같은 행선지라고 보기엔 그의 위협 운전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몇 개의 신호등을 지나 적색 신호에 멈추어 섰다. 그 차는 내 옆으로 다가와 창문을 내렸다.

곁눈질로 보는 옆 창문의 그는 내게 창문을 내리라 제스처를 했지만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척 앞만 보았다. 


그가 차에서 내렸다.

나의 차문을 두드렸다.

"이봐요. 주유구 열구 달리셔서 계속 신호 보냈는데 못 보셨어요? 비 오려는데 주유구 열고 달리시면 큰일 난다고요."

그렇게 나에게 해코지를 할 것 같았던 오해가 한 번에 이해되었다.

감사함에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선입견... 참 위험하고도 실수의 대참사를 부를 단어다. 누군가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자. 이해의 눈을 뜨면 삐뚤어진 내 모습도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록 경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