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안전속도
급한 성격의 사람 곁이 힘든 사람 중에 하나가 '나'이다.
휘모리장단으로 정신을 빼놓는 그녀 옆에서 실수를 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제 속도로 처리하면 실수하지 않는 평범한 일에도 분탕질하는 그녀의 속도에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실수의 대가는 나에 대한 책망이었고 자책감에 덮여 패잔병이 되어버릴 때조차 그녀는 앞서 달려 나가 이유도 알지 못한다.
끊을 수 없는 관계의 그녀를 통해 나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나의 속도를 유지하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내가 그 속도를 따라 주려 애쓰려 하지 말고 나만의 정속으로 걷는 연습을 무던히 했다.
고속도로 속도로 그녀가 오늘도 다가섰다.
느려 터져 답답하다며 다그치기 시작했다. 속도를 붙여 나를 달리게 해 줄 수 있다는 듯 다그치기 시작했다.
그녀를 따라 무리하게 과속을 하던 내가 동작을 멈추었다.
엔진이 꺼진 듯 멈추어버린 나를 멀끄럼히 바라보았다.
나의 엔진이 잠시 쉬고 싶은 것을 느꼈다. 잠시 엔진을 꺼도 세상에 큰일이란 벌어지지 않았다.
"잠시 보호구역에 들어가고 싶어요. 속도를 조금 낮추겠지만 다 해내긴 할 거예요. 저는 제 속도로 달릴게요."
혀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근성 없고 될성싶지 않은 모양이다.
속도를 낮추고 그녀가 나를 내려놓고 마음은 가벼워졌다.
능숙하게 숙련된 그녀의 속도를 무리하게 따라붙지 않으니 못 본 것들이 한껏 보였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노란 카펫에 어울리는 노란 꽃들이 길가에 가득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온 도로시의 노란 길처럼 느리지만 마지막까지 걷는다면 원하는 걸 얻으리라 생각했다.
경주용 차가 아닌 세상에 흔한 엔진도 목적지엔 도착한다.
무리가 되지 않는 한에서 속도조절은 지치지 않고 달리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의 속도를 방해하는 사람에게 외쳐본다.
"나는 안전속도 유지 중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