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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May 30. 2022

출구

24. 인생의 로터리

멍해지는 날이 있다.

하루 종일 믹스커피를 들이켜도 정신이 몽롱한 뜬구름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는다.

월요일이어서 그런 것일까?

비올 듯 우울한 하늘 탓일까?

최선을 다해 본 일에 출구를 찾을 수 없어 무기력이 찾아왔다.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것만 같고 제대로 진행이 되는지 어떻게 흘러가는지 될 데로 돼라 심정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온 시간을 넘어 퇴근길을 위한 핸들을 잡고 있다.

마무리 못한 것이 찜찜하고...

개인적인 풀리지 않는 일이 떠오르고..

덮어두고 외면한 일이 머리를 사정없이 휘저었다.


"빠앙"

뒤차에서 요란히 경적을 울리며 상향 등을 켰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복잡한 마음을 따라 들어선 로터리를 계속 한 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몇 바퀴째 돌고 있는 나의 모습에 뒤차가 자리를 내어주며 먼저 가라 손짓을 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으로 돌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나 보다.

급히 감사함에 비상등을 밝히고 로터리를 빠져나왔다.


풀리지 않는 일에 무기력해지는 날의 로터리는 여러 개의 출구가 어디든 오라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두 번 오지 않는 시간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선택의 길은 많다.

무기력한 날은 맘껏 무기력 해려 한다.

그것도 로터리에서 내가 선택한 여러 길 중의 하나이고 다시 되돌아올 수 있으니 마음껏 달려보자.

어차피 나는 길치 아닌가.

한 번에 길을 찾지 못하는 것에 나를 탓하지 말고 다시 로터리로 돌아가 다음 길목을 찾아보려 한다.


잘 한 선택인지 고민되는 날, 양갈래 길이 아닌 로터리 안에서 달리는 상상을 해보며 힘을 내보려 한다.

나라는 자동차의 기름은 충분하고 엔진은 아직 쓸만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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