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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May 29. 2022

F 성적표

23. 만만한 것이란 없다.

낮 시간에 북적이던 익숙한 도로 위를 늦은 밤 달리게 되었다.

밤 운전의 두려움은 있지만 매일 지나는 길이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할까? 근자감에 엑셀에 속도를 높였다.

'아는 길인걸... 곧 정지선이 나오고 곧 속도감시 카메라가 나타나겠지.'

낮에 익숙해있던 길은 밤의 어둠 사이에 낮은 기억으로 속도를 줄이지 않고 평소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초행길에 밤길이란 속도를 낼 엄두가 나지 않는 길이다.

서행하는 차들 사이에 우쭐하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낮시간이면 막혀있는 차로는 한산하고 정차하며 달리던 길은 한 번에 달려갈 수 있었다.


평소의 시간보다 적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까지 함께 오던 차들은 어두운 길을 쉽게 달려온 내게 운전에 칭찬을 쏟아부었다.

"밤 운전도 잘하시네요."

"베스트 드라이버시네요. 덕분에 뒤에 따라 잘 찾아왔어요."


익숙한 길이였기에 나를 따라 목적지까지 오던 뒤차들의 지인들이 약속 장소에서 입을 모아 칭찬을 쏟아냈다.

어깨가 으쓱였다.

사람들의 칭찬에 취해 거만한 대답이 내 입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쉬운 운전길이었네요. 다들 저 정도는 운전하시잖아요."


하지만 그 후로 운전에 앞장서서 앞을 달리거나 아는 길이라고 우쭐하며 달리지는 않는다.

나의 운전 점수의 미달 점수를 알려주듯 거만한 운전의 대가가 우체통에 도착했다.

신호위반 과태료 고지서...

나의 운전 점수는 F학점이었다. 고지서의 손길 따라 부끄러움이 귓불까지 타 올라 붉어졌다.

사고 나지 않고 다닌 것이 다가 아니었다.

운전에 공포를 가질 만큼은 아니어도 최소한 도로에서 중간 학점은 될 수 있도록 주의해야겠다.

나만의 도로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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