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사람들

발급번호-013

by stamping ink

일 년에 두 번, 상하반기가 되면 각양각색의 민원인들이 사무실을 찾아온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이제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앳된 소년, 소녀들...

다양한 나이와 다른 성별의 가진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목적은 같다.


'검정고시 합격증명서', '검정고시 성적표'


개인 정보가 담긴 내용이라 가능한 기재되어 있는 내용은 읽어보지 않으려 노력하나 출력물을 전달하거나 진본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정보를 알게 된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상 아무에게도 개인정보는 절대 누설하지 않는다.

검정고시 응시용 서류는 전산화가 잘 되어있어서 빠르게 진행하여 전달할 수 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앳된 학생이 앞에 서서 검정고시 관련 서류를 요청하면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엄마 것인가? 옆에 딸 건가...

이럴 경우 해결방법은 솔로몬의 지혜를 응용한다.

내 앞에 나란히 선 둘 사이에 민원 신청서와 볼펜을 내밀어 준다.

신청서류 작성은 민원 신청인이 작성해야 하니 볼펜을 집어 드는 이가 검정고시 응시자다.


낯선 사무실에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들어오는 이들도 있다.

감추고 싶은 것처럼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요청을 한다.

서류를 들고 도망치듯 나서는 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대리인의 자격으로 위임장을 들고 오는 이들도 있다.

가족 중에 대리인으로 신청하면서 응시자의 안타깝게 얽힌 사연도 털어놓는다.

깊은 한숨과 한탄스러운 상황은 듣는 내내 함께 안타까운 탄식을 하곤 한다.


아주 초긍정인 이들도 있다.

잠시 쉬었다가 이제 정신 차린 자신이 대견하다며 스스로를 자랑하며 서류를 받아간다.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특히 이 경우가 많다.

먹고 살기보다 급한 것이 없던 시절을 지내오고 까막눈에 가까웠지만 어느새 정규과정을 끝내간다며 어깨를 으쓱 인다.

이런 자랑은 몇백 번, 몇천 번 들어드릴 수 있다.

청년처럼 빛나는 눈빛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해낼 거라 믿어본다.


각자의 상황에 멈춰있던 그들이 다시 달리려 한다.

긴 사연은 알 수는 없지만 원하는 것을 이루길 응원해 본다.

멈추지 않고 달리는 그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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