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14
민원이 밀려드는 기간이 있다.
겨울철에 새로운 자리를 찾아 자신의 경력 내용이나 재직 내용을 제출해야 하는 제출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럴 땐 민원발급 업무가 주 업무인 사람들처럼 밀려드는 민원인들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발급 순서도 가능한 순차적으로 진행해 줘야 한다.
전산 발급이 되지 않는 곳으로 팩스 요청을 할 때면 발급처에 처리상황에 따라 도착 순서가 뒤바뀔 때가 있다.
자신보다 늦게 신청한 사람이 먼저 서류를 받아가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점에서 나보다 늦게 주문한 이가 나보다 먼저 음식이 나왔을 경우에 나오는 항의와 비슷하다.
"저기요. 제가 먼저 신청했는데요?"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사정을 설명한다.
요청한 곳에서 바로 처리되는 것도 아니고 전산자료가 아닌 수기 자료를 찾아야 하니 기계처럼 똑같이 진행될 순 없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처리 요청은 순차적으로 했는데 발급은 발행 쪽에서 보낸 팩스가 도착하는 순서대로 교부 처리 진행 중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급하신 것 같으니 팩스 보낸 부서로 다시 연락 취해서 진행상태 확인해 드릴게요."
"아까 제 뒷사람이랑 제 거랑 팩스 같이 보내는 것 같던데... 혹시 제 거를 더 늦게 보내신 건 아니고요?"
힘이 쭉 빠진다. 투덜이는 들으라는 건지 듣지 말라는 건지 모를 웅얼거림이 끝나지 않았다.
서류를 기다리는 다급한 마음까지 신경 쓰려했던 나의 친절이 과한 것이었을까?
발급 요청을 하고 겨우 10분도 되지 않아 내는 짜증을 받아주긴엔 억울함이 밀려왔다.
"아가씨. 뭘 그리 꽁시랑 거려? 그리 급하면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순서야."
중년의 여인이 톡 쏘아 젊은 여성에게 말을 했다.
"남이사, 별꼴이야."
투덜거리는 젊은이는 무선 이어폰을 귀에 찔러 넣고 다시 휴대전화를 신경질적으로 만지작거렸다.
정신없이 서류를 교부하다 보니 어느덧 하나둘씩 서류를 받아 사무실을 나갔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전력 질주한 후 멈춰 선 느낌으로 기분이었다.
"너무 고생 많으세요."
어디서 많이 본 종이컵이 내 앞에 내밀어졌다.
중년의 여인은 민원인들을 위해 준비해 둔 커피와 차류에서 커피를 타서 내게 건넸다.
"이거 보약이에요. 제가 믹스커피의 황금비율을 알거든요? 이거 마시면 힘나실 거예요. 수고하세요."
따스한 커피가 테이블 위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온다.
그녀를 사무실 문 앞까지 배웅하며 테이블 위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보약 커피는 너무 달콤한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