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15
"지금 군인들이 사무실 쪽을 오는데요?"
"군인이? 우리 김철수 사회복무요원 잡으러 왔나?"
몽골인 같은 시력으로 멀리서 오는 군인이 사무실로 알려주길래 농담을 했다. 사회복무요원은 유리창을 통해 군모의 작대기라 불리는 개수까지 스캔을 완료하고는 어깨를 들썩였다.
"저는 병장인데요? 말년병장을 누가 잡아가요. 오는 군인은 사병이랑 부사관이네요."
사회복무요원도 복무 중이니 계급이 있다. 조금 큰 기관에서는 여러 명의 사회복무요원들이 있어서 선임 후임이 있겠지만 우리처럼 딱 한 명 지원자를 받는 기관에서는 제대할 즈음 새로 올 신병을 길게는 한두 달, 짧게는 두어 주나 함께하면 다행이다. 어긋나면 후임을 보지도 못하고 그냥 떠날 경우도 있다.
여유로워 보이는 육군 부사관과 로봇처럼 움직이는 이등병이 사무실 문을 열었다.
사무실에서 군복을 입은 사나이를 만나는 건 일 년에 많아야 한 번? 이년에 한 번? 나의 근무기간 중 세 번 정도 만난 것이 다였다.
그들은 절도 있는 대화로 요청사항을 전달했다.
"이 녀석 생활기록부가 필요해서 왔습니다. 용도는 대입 고시 준비용입니다."
조금은 느릿하면서도 단호한 부사관의 음성이 병영드라마 주인공으로 손색없다.
그 옆에 선 까맣고 똘망거리는 이등병을 보니 나의 딸아이 친구들이 스물을 맞이하며 군대에 입대하던 시기라 자식 또래의 아이처럼 마음이 쓰였다.
신청서를 내밀고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받아 들었다.
"김철수?"
신청서에 쓰인 이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름을 읽어버렸다.
"이병 김철수!!!!"
나는 사회복무요원과 눈을 마주했는데 신청서를 쓰던 이등병이 차렷 자세로 관등성명을 댔다.
"어머, 작성 중에 죄송해요. 저희 사회복무요원 이름도 김철수라서 신기해서 이름을 읽어버렸네요."
이등병의 눈에는 진지함이 흘렀고 부사관은 상황을 이해해한다며 기다려주었다.
그들은 모든 일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사회복무요원은 동명이인의 김철수가 떠나는 것을 보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히 가세요."
이등병 김철수는 사회복무요원 김철수에게 한 글자씩 힘주고 말을 했다.
"안녕히 계십시오. 충성"
그들이 떠나고 우리는 사회복무요원을 바라보았다.
"우리 철수~, 첨에 왔을 때 저렇게 씩씩하고 군기 바짝 들어서 왔는데 병장이 되니 이렇게 여유가 있어."
"아휴, 저 제대하기까지 이제 석 달 남았다고요. 저 시절은 기억도 안 나요."
역시 말년 병장의 포스가 넘쳐흐른다.
"군인들은 제대할 때 총 한 자루씩 준다던데, 우리 철수는 뭘 챙겨줘야 하나, 모나미 볼펜 한 자루 챙겨줘야 하나."
직원들이 가족처럼 대하는 것을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능글맞은 병영생활 만렙 스킬로 우리에게 대응했다.
"저 열심히 복무했으니 볼펜 리필심도 같이 챙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