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16
"어느 대학 나오셨어요?"
출생 연도보다 몇 학번이라는 대화로 소속을 묻는 질문이 오갈 때가 많다.
새로운 사람들과 조금 친분이 생기면 서로 조금 더 알기 위해 하는 단계적 질문,
'어느 과 나오셨어요? 학번은?'
모두 최종학력을 당연시 같다고 생각하는지 가볍게 질문을 하지만 살아온 길은 모두 같지 않다.
자녀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 낮시간의 여유가 생기는 주부들이 무리 지어 사무실에 들어왔다.
인근 공공기관에서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려 한다며 지나가는 길에 졸업증명서를 발급받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엄마들인지라 육아시간을 피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데 마땅한 자리가 생겼나 보다.
적당한 시간대에 입맛에 맞게 일을 찾을 수 없으니 단기간 채용하는 직종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A엄마~ 우리 제출서류에 졸업증명서 몇 통 떼 오라고 했더라?
"1통씩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
"어머, 자기야. 졸업증명서도 제출서류에 있었어? 그럼 나도 온 겸 떼야겠다."
"그래요 언니, 온 겸 같이 서류 쓰고 제출하죠."
'언니', '엄마', ' 자기'가 족보 없이 마구 섞여 부르지만, 본인의 이름이 없이도 그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신청서 용지를 모인 다섯 명이 함께 작성하기 시작했다.
서로 필수 입력 공란을 상의해 가며 상의하며 풀 수 있는 문제라도 되는지 서로 빈칸에 적을 내용을 물어가며 신청서를 작성했다.
열심히 볼펜을 굴려가며 신청서를 모두 작성하자 대표자가 반장처럼 시험지 걷듯 민원신청서를 걷어 내게 내밀었다.
바빠질 발급 처리에 마음의 준비를 해두고 올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와라. 민원신청서들아. 내가 다 일사천리로 해결해 주마.
팔랑이며 종이를 받아 들고 느긋한 척 서류에 기재내용을 확인하다가 손이 멈추었다.
"저 죄송한데 저희는 초중고 졸업증명서까지만 발급이 가능합니다. 죄송하지만 대학 졸업증명서는 인터넷 신청이나 다른 기관을 이용하여 발급받으셔야 합니다."
"어머? 여기서는 대학교 졸업증명서는 안 되는 거였구나. 아차, 지난번에도 그랬던 것 같네요."
"아. 맞다. 대학 졸업증명서 발급은 여기가 아니었어."
발급 불가를 알려주자 정상 발급 가능한 발급처에서 받아본 사람들이 기억이 났는지 미안해하며 신청서를 되돌려 받아갔다.
한 명씩 서류를 돌려주는데 제일 아랫장에 한 장만 최종학력 졸업증명서 칸에 고등학교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 분께는 발급을 해 줄 수 있어서 서류를 돌려주려다가 잠시 멈추었다.
왁자지껄 자신들의 실수에 재미났는지 오가는 그녀들의 대화를 틈타 최종학력에 고등학교를 쓴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신청서를 내 손에서 슬그머니 가져갔다.
밝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보였다.
"그럼 모두 신청하지 않으시는 거지요?"
다시 확인차 그녀들을 향해 말을 하자 모두 바쁜데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조용히 그들을 보냈다.
오후 시간이 되고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오전에 받아갔던 작성이 다 되어있는 신청서를 내게 내밀었다.
"저 졸업증명서 발급받으려고요."
"아. 네. 바로 발급해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오전에 받았던 신청서가 다시 내손에 들어왔다. 미비된 부분이 있나 확인하다 보니 개인정보 동의란에 서명이 빠져있었다.
"여기 서명이 빠지셨네요. 작성하실 동안 제가 발급 작업하겠습니다."
나의 타이핑 소리에 맞추어 그녀는 빈칸에 서명을 하려 볼펜을 들었다.
"대학 안 나오면 공공기관에 단시간 근로 신청에서 떨어질까요?"
서명을 쓰느라 고개를 숙인 그녀가 내게 물었다.
"설마요. 취업문이 좁지만 공공기관에서 뽑는 단기간 근로에는 큰 영향은 없을 듯해요."
어린 엄마는 아들의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저 얘가 조금만 더 크면 꼭 대학을 갈 거예요. 방통대라도 가고 싶어요."
"어떤 공부를 하고 싶으세요? 하고 싶은 전공이 있으셨어요?"
"아니요. 그냥 졸업장이 갖고 싶어요."
그녀의 눈물방울이 살짝 눈가에 보였다. 그녀만의 살아오며 느껴졌을 설움의 크기가 그녀의 고인 눈물만큼의 아픔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