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워킹맘이다, 매우 위태로운.

by 무색무미

오늘도 11시가 되서 퇴근한다.

"젠장. 또 늦었네.."


회사에서 나와 지하철을 탈 때쯤에 어김없이 전화가 오고 수화기 너머로 끈적이는 애정 공세를 하기 바쁘다.


"우리 딸, 오늘 재미있었어요? 엄마가 많이 보구시포요."

"엄마, 언제 와? 40분 뒤에?타이머 해놨어. 얼른 와,

엄마 얼른 안고 싶어!"


늦은 시간에도 나를 목빠지게 기다리는 건

어미새만 기다리는 입을 쫙쫙 벌린 아기새들이다.


'하..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난 유럽의 한가롭디 한가로운 마을에서

교회 종소리 들으며 아이들과 실컷 놀고 있었는데..


지금은 매일되는 야근으로 밤 11시, 12시에 집에 도착하고

주말에도 컴퓨터를 켜야 하는 프로야근러에

허덕이대는 워킹맘이다.


미켈란젤로가 그렸을법한 아름다운 이상향에서

하루 아침에 지옥의 일 구렁텅이에 던져진

매일 반복되는 무한루프 굴레를 못 벗어난 시지프스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일의 총량의 법칙이 있어

그동안 아주 잘 놀았던 대가로 받는 벌칙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4년 공백으로 부적응 중인 경단녀의 자연스러운

고통인 것 같기도 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난 지금 위태롭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그래서 펜을 들었다. 아니 키보드를 친다.

나 여기 살아 있다고 아직은 살아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