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대학원 첫 개강날이면 자기소개를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기를 즐기지 않는 나는 그 작은 순간에도 별의별 생각을 하며 긴장을 한다.
'나의 정보는 어디까지 얘기해야 하지?'
'너무 길게 얘기하면 안 돼. 저 아줌마 말 많다고 생각할 거야..'
'혹시 말하다가 말이 꼬이면 어쩌지..'
결국 최소한의 정보와 짧은 말로 자기소개를 끝낸다. 과목마다 해야 하니 개강 첫 주는 자기소개가 큰 고비처럼 느껴진다.
요즘 세상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유능해 보이고 그런 사람 옆으로 사람들이 모이곤 한다. 나는 내 생각을 말로 하는 것보단 글로 쓰는 것이 편한 사람이다. 말을 잘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로 내뱉지 않으니 생각이 머리에, 가슴에 오장육부에 쌓이는 느낌이다.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챙기며 꾸역꾸역 쌓아두다가 3년 전쯤 더 이상 쌓을 곳이 없다고 느꼈다.
답답한 마음에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기처럼 글을 썼지만 그 자체로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어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몇몇 글 쓰는 플랫폼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 글을 누군가가 본다는 것이 부끄러워서 글을 올릴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글 쓰는 것을 배운 적이 없고 '일기랑 에세이가 무엇이 다른가?'같은 기본적인 질문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보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브런치스토리는 작가신청을 하고 통과가 되어야지 글을 쓸 수 있다. 유튜브를 보니 3번, 6번 도전해도 어렵다는 동영상을 보고 '안 돼도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첫 번째 신청을 했다.
며칠 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열어 본 메일에는 두 눈을 비비며 볼만한 제목이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 다음으로 기쁜 순간이었다.
아직 브런치스토리의 방식도 잘 모르고, 작가라는 호칭도 너무 어색하고, 필명도 오글 거린다.
그러나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고,
몇몇 너무나도 감사한 작가님들의 라이킷과 구독이라는 수고로움이 너무 감사하다.
이제 막 생긴 나의 글방에 울리는 라이킷과 구독의 알림이 얼마나 청명하게 들리는지 모른다.
지금 중년의 나이이지만 내가 하늘나라로 가는 순간까지 글을 쓰고 싶다.
그 글 쓰는 여정 속에 공모전도 도전해 보고, 혹시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도전해 보고 싶다.
그러나 최종 목표는 내가 할머니가 되고 이 세상에 없을지라도
내 숨결이 남아있는 이 글들이 아이들이 중년이 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차곡차곡 모아진 이 '영원작가'의 이야기를 유산으로 주고 싶다.
아이들이 살아가며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살다가 쉬러 오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내 부족한 글을 읽는 독자(아직 독자라는 말을 내가 쓰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들도
내 글에서 위로를 얻고 일상 속에서 찰나의 순간이라도 따듯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붙임.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작은 미소와 따듯함을 보냅니다.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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