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작은 시장에 나물을 파는 반찬가게가 있다. 고사리나물, 도라지나물, 가지나물, 호박나물, 취나물등 족히 10가지는 넘는 나물들이 나를 맞아준다. 물가도 많이 올랐고 사다가 다듬고 삶고 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아서 가끔 가서 사 오곤 한다. 두 가지를 고르면 오천 원, 세 가지는 칠천 원이다.
항상 사람이 많아서 그날도 줄을 서야 했다. 앞에 할아버지께서 주문을 하고 결제를 하는 동안, 운동을 하고 오는 길이어서 현금이 없던 나는 두 가지나물(고사리나물과, 취나물)을 고르고 오천 원을 한쪽벽에 쓰여있는 계좌로 계좌이체를 했다. 계좌이체를 마치고 주인아주머니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며 신호를 보냈고 아주머니도 눈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때 앞에서 현금 결제를 하셨던 할아버지께서 잠깐 머뭇 거리 시더니,
"방금 결제는 어떻게 한 거예요?"
귀에 꽂은 이어폰을 빼며,
"계좌이체를 했습니다."
놀라시며,
"계좌이체는 공인인증서가 필요하지 않나요?"
"시장에서 쓰는 적은 금액은 인증서 없이 비밀번호로 가능해서요~"
할아버지는 또 놀라시며.
"아 그래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마도 할아버지는 항상 공인인증서로만 계좌이체를 하셨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더 궁금한 게 있어 보이셨지만 '다른 사람 붙들고 너무 얘기를 하면 안 되지'하는 생각을 하고 계신 듯했다.
할아버지는 말끔히 정리된 머리에 화려하지 않지만 깔끔한 셔츠를 입고 계셨다. 낮에 시장에 오신 걸 보니 은퇴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4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독 할아버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물가게 할아버지도 본인은 현금을 내는데 난 뭔가 '쓱쓱' 하는 걸 보고 대단한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평생을 직장에서만 일하신 할아버지들은 오히려 할머니들보다 시장이나, 은행, 관공서 등에서 대처를 잘 못하시는 경우가 많다. 할아버지들도 분명 평생 일해온 분야에서는 전문가 이시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오히려 서툰 것이다. 그 부분이 본인들도 당황스러우신 것 같다.
최근 키오스크주문시스템, 무인가게, 현금 없는 매장, 없어지는 대면 은행, 셀프계산대등 사람이 대면해서 서비스가 이루어졌던 것들이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난 오히려 편한 부분도 있지만 노인들은 당황스럽고 버겁게 느끼는 듯하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앞으로 10년이 인류의 삶 바꿀 신기술 혁명기"라고 말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엄청난 기술의 발전이 있다고 하는데 난 거기에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와 10년 후의 미래가 기대되는 마음 두 가지가 공존한다. 나물가게에서 뵀던 할아버지가 체감하는 기술의 발전보다 우리가 나이가 들었을 때 그것에 대한 체감이 훨씬 클 것이다.
우리도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었을 때 이 세상 기술이 버거울 수 있다. 따듯한 눈으로 노인들을 바라보아야 할 이유이다.
참고자료 : 이코노믹스 기사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1912150007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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