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김장 겉절이 볶음

by 영원


어른들 말씀에 여자는 애를 낳은 달에 몸이 아프다는 말이 있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개인의 경험과 가족전통, 심리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전이다.

아들보다는 딸을 낳은 달에 몸이 아프다는데 딸을 낳은 달이 10월이라 그런지 10월 중순부터 11월 김장할 때쯤까지 몸이 안 좋다.


주로 소화가 안 되는 증상과 몸살끼로 온다.

내 생각엔 환절기라 몸이 계절을 이기느라 아픈 것 같다.


10월이 오면서 몸살끼가 생기기 시작하면 참다가 타이레놀도 먹어보고 안되면 병원을 찾는다.

의사는 기록을 쭉 보더니 11월에 항상 무슨 일이 있냐?

수능을 보냐? 농담 섞인 질문을 한다.


몸이 안 좋을 때 먹는 음식이 두 개가 있다.

미역국과 김장 겉절이 볶음이다.

미역국은 항상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김장 겉절이 볶음은 11월에만 먹을 수 있다.

그 음식들을 먹으면 보양식을 먹은 것처럼 몸에 힘이 나고 따뜻해진다.


보통 김치 볶음은 익은 김치로 하지만,

김장 겉절이 볶음은 우리 집에서만 먹는(지금까지 다른 집에서 해 먹는 걸 본 적은 없다) 음식이다.

엄마도 외할머니가 김장 때마다 해줘서 어릴 때부터 먹게 되었고 그 음식을 우리한테 해 주는 거라고 하셨다.

나도 아이들에게 김장 때마다 겉절이 볶음을 해준다.

아이들한테는 입맛이 안 맞을 만도 하지만 아이들도 김장 언제 하냐고 묻곤 한다.


김장 겉절이는 보통 김치 속을 다 넣고 남은 속에다 겉절이를 담가서 일반 겉절이 보다 양념이 더 진하다.

일반 겉절이에는 들어가지 않은 갓등 김장 양념도 들어간다.

그래서인지 일반 겉절이로는 맛이 안나고 꼭 김장 겉절이로 볶음을 해야 그맛이 난다.

쭉쭉 찢은 배추를 남은 김치 속을 넣고 양념한 겉절이는 그대로 먹어도 너무 맞있고

굴과 먹어도 맛있지만,


우리 집은 겉절이에 식용유와 들기름을 넣고 푹 찌듯이 볶는다.

딸들 준다고 엄마가 준비한 각종 좋은 재료들과 김장배추의 달큼함이 섞여 막 지은 흰밥에 올려 먹으면 꿀맛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올해는 11월 22일에 김장 집합날짜가 나왔다.


김장 겉절이 볶음을 먹고 몸이 회복되는 그 느낌이 좋아서 근육통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이다.


'영혼의 닭고기 수프'라는 말이 있는데


나에겐 '영혼의 김장 겉절이 볶음'이다.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작성자의 사전 동의 없는 복제, 배포, 2차가공 및 주제 표절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