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작은 시장이 있다.
주부의 입장에서는 집 가까운 곳에 시장이 있다는 것은 장점이 많다. 저녁을 준비하며 갑자기 두부나 파가 필요할 때 바로 나가서 사 올 수 있고,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때 바로 나가서 사 올 수 있다.
시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올 때 일부러 시장을 통해서 집에 가곤 한다. 시장을 둘러보며 제철음식을 보며 계절을 느낄 수 있고, 열심히 살아가는 시장 상인들의 모습을 보며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요즘은 김장철이라 시장이 더 왁자지껄하다. 굴이며 감이며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어떤 자리는 3.4개월에 한 번씩 업종이 바뀌는 자리가 있는 반면, 처음 이사 왔을 때 보았던 분이 한 자리를 계속 지키고 계신 경우도 많다.
시장 입구에 매장 없이 리어카에 과일을 파는 분이 계신다. 이사 온 후로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시니 내가 본 것만 15년 전부터다. 중년의 아주머니가 사장님 이시다.
한 여름이나 한 겨울에 지날 때면 '이 더위에 에어컨도 없이 대단하시다, 이 추위에 작은 난로 하나로 대단하시다.' 하며 지나치곤 했다.
항상 활기가 있어 보이시고, 주변 상인분들과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시는 모습을 지나다니며 보곤 했다.
작은 시장이지만 과일을 파는 곳이 족히 10군데는 있다.
사장님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그날도 외출 후 시장을 통해 집에 돌아가는 중이었다. 걸음이 빠른 편인 나는 앞사람을 쏙쏙 지나치며 빠르게 통과하고 있었다. 앞에 네 명의 남녀가 다소 느린 걸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시장의 폭이 좁은 편이라서 두 명만 나란히 걸어도 뒷사람이 앞지르기는 힘들다.
'좁은 시장길을 넷이 저렇게 길을 막고 이야기를 하면 어떡하나....' 하며 뒤에서 걷고 있는데 이야기 내용이 들렸다.
"00 아빠가 센스가 있어~ 휴지를 사가는 건 센스 없다고 케이크를 사가제!"
"케이크 괜찮네~!!"
'집들이 가시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과일가게 사장님이 바로 치고 들어왔다.
"귤 한 박스 사가세요~~! 이만원인데 만팔천원에 드릴게요!!"
'우와~~~' 속으로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분들은 사장님의 한마디에 시선을 과일가게로 돌렸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귤을 보고 있었다.
여자분이
"귤? 귤 괜찮은데?"
"제과점 머니깐 이거 살까?"
걸음이 빠른 나는 그 이야기까지 듣고 발걸음을 움직여 그 자리를 나왔다.
가는 길에 사장님의 장사수완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면서 나 같으면 그 찰나의 순간에 그 말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의 그 한마디는 억지로 흉내 낼 수 없는 어떤 내공이 느껴졌다.
"귤 한 박스 사가세요~~! 이만원인데 만팔천원에 드릴게요!!"
이 말을 내뱉는 리듬감, 적절한 타이밍, 그 말에 들어간 본인이 파는 물건에 대한 진심에서 나온 순간적인 행동이였다. 나는 배운다고 알려준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분이 그 자리를 오랜 시간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비록 매장도 없이 리어카에 노점상을 운영하며 과일을 팔고 계시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계셨다.
시장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며 본인 일에 진심을 다하시는 분들을 보며, 시장 상인분들이 '생활의 달인' 같다.
화려한 간판도 번듯한 매장도 백화점 과일처럼 화려함도 없지만 사람을 끄는 사장님 만의 리듬감과 타이밍, 진심이 있는 과일가게다.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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