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안 된 아이 방

'적합성'을 백번 외치다.

by 영원


사회복지학에서 "적합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보통 적합성이라고 하면 산업현장에서의 '적합성 테스트'같은 개념을 생각하거나 어떤 일이나 조건에 꼭 맞는 것 등을 생각하게 된다.

사회복지학에서의 '적합성'에 대한 적용은 조금 다르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좋아하고 기억에 남는 개념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곤 한다. 사회적 위치가 높은 사람의 생각이나 힘이 있는 사람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상황이 다르고 지내온 삶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적합성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집 정리가 안 되거나 쓰레기 집을 치워주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전문가들이 와서 깨끗하게 치워주면 결과물은 좋지만 한 달 후 그 집은 그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면 가족들과 상의를 통해 '어떤 물건이 어디에 두는 것이 쓰기 편하고 좋을 것 같은지'를 함께 고민을 하면서 정리를 하면,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기도 하고 결과물이 덜 깨끗해질 수는 있지만 더 오랜 기간 유지가 된다고 한다. 우리가 보기엔 지저분해 보이고 그 물건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 더 깨끗해 보이지만 당사자들의 삶의 방식에는 안 맞았던 것이다. 상의를 통해 정리된 부분이 그들의 적합성에 맞는 것이다.


큰 아이는 스스로 할 일도 잘하고, 애교도 많고, 크면서 말썽도 부리지 않은 착한 딸이다. 한 가지 단점이 있는데 정리를 못한다.... 방에 들어가면 항상 눈을 감곤 하지만 그 어지러움 속에 질서가 있는 듯하다.

"00아 이클립스 어딨어?" 하면 옷 더미 속에서 꺼내준다 ㅎㅎ

난 이해가 안 되는 그 상황이 그 아이의 적합성이지 않을까? 하면서 억지로 이해해 본다

억지로 이해하기를 백번쯤 하면 억지로 이해한 것이라도 이해가 됐는지 화가 덜 난다.


나이가 들면서 타인을 이해할 때 이 '적합성'이라는 것을 적용하면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된다.

'저 사람은 저 방식이 저 사람의 적합성이구나.. '생각하면 내 방식만 옳다고 고집하던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직도 그런 부분이 남아있지만 그럴 때 '저 방식이 저 사람의 적합성이구나...'하고 생각한다.

남편, 아이들, 부모님부터 각자의 방식을 인정해 보려고 노력하면 관계가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관계가 편해진다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모양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이 편해지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나는 타인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생각을 강요하기도 했던 것 같다. 흔히 '사람은 안 바뀐다'라는 말을 한다. 나 역시 어느 정도는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적합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내 마음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을 바꾸면 내 마음이 힘들지 않다. 그때의 내 마음의 기운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관계가 편해진다.


정리 안 된 아이의 방을 보며 '적합성'을 외치듯이 삶의 중간중간에 상대방을 보며 '적합성'을 외쳐본다.







사진출처(pi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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