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의 추억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

by 영원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


난 '로망'이라는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특별한 것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버킷리스트'는 뭔가 계획적이고 이성적인 느낌이고, '로망'은 좀 더 감성적인 꿈같다.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는 로망에 가까웠다. 꼭 이루고 싶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꿈처럼 깊은 곳에 간직한 작은 메모 같은 거였다.


작년에 큰아이가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작은 아이가 중3 졸업을 한 겨울에 고등학교 들어가면 한동안 긴 여행은 못 갈 것 같아서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을 계획했다. 나와 아이들이 가보지 않은 유럽으로 정하고 날짜를 정하는데 우연히 크리스마스를 낀 12월 연말로 예약을 했다.

유럽은 처음이고 좀 더 효율적인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에 패키지여행을 예약했다. 가격이 제일 저렴한 날을 잡았는데 그날이 크리스마스를 낀 연말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패키지를 예약하고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크리스마스가 중간에 끼어있다는 걸 알았다. mbti의 J성향인 나는 손톱깎이와 면봉까지 챙겨야 한다는 압박에 짐 싸기부터가 챌린지 같지만, 이왕 가는 거 좋은 추억을 쌓고 와야겠다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유럽으로 떠났다.


우리가 예약한 패키지는 이탈리아+스위스 7박 9일 패키지였다.

로마공항에 내려서 다음날부터 베니스, 피렌체, 피사, 소렌토, 로마, 폼페이, 바티칸, 스위스의 인터라켄 까지... 그동안 티브이에서 보던 피사의 사탑, 폼페이 유적, 밀라노, 콜로세움 등을 정말 쉼 없이 둘러봤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그동안 티브이나 교과서등에서 보았던 피사의 사탑, 폼페이 유적, 콜로세움, 바티칸등을 본 것이었다. 밀라노는 온갖 명품매장이 즐비해서 그렇잖아도 화려한 곳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트리까지 더해서 정~~~ 말 화려했다.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도 크리스마스 때면 화려함을 뽐내지만 비할 바가 아니었다. 사진에는 담기지가 않아서 우~~ 와하며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피렌체에 갔을 때,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먹었다. 우리 테이블은 우리 가족 셋과 고3딸과 함께 온 모녀와 함께 식사를 했다.

어머니 분이

"근데.... 아빠들은.... 다 일하시나 봐요...."

패키지 팀이 10팀정도가 있었는데 한 팀은 퇴직 후 부부가 여행온 분들 같았고, 다른 9팀은 다 엄마와 아이들 팀이었다. 아빠는 한 팀도 같이 오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 패키짐팀을 보고 아빠와 같이 온 팀이 없어서 다들 아빠들은 바쁘구나 생각했었는데 같이 식사한 그분도 그걸 느끼셨던 거다. 일을 하는 아빠들이 거의 열흘을 휴가를 쓰기에는 힘들기 때문에 그럴 것 같았지만 가족이 온전히 함께 하기 힘든 상황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아빠들은 정말 바쁘다...


아직도 가끔 아이들과 이탈리아, 스위에 여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년인데 한 5년은 더 전에 일 같이 느껴진다.

일정이 빡빡해서 새벽에 5시에 일어나 6시 반에 조식을 먹어야 해서 힘들었던 이야기

아들은 베니스에서 배를 탄 것이 가장 좋았다는 이야기

딸은 사진으로만 보았던 피사의 사탑, 오드리헵번이 나오는 영화에 나오는 곳, 폼페이 유적이나 바티칸을 가본 것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며

힘들긴 했지만 우리 정말 열심히 다녔다는 이야기

다음엔 자유여행으로 이탈리아를 다시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작년에 머물러보곤 한다.


여행은 현재를 살면서 과거를 꺼내 그 시간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 우리 가족이 1년 후 크리스마스에 작년 크리스마스를 다시 기억하고 그 시간 안에 잠시 머무르듯이..

그렇게 일상을 살다 잠깐잠깐 그 시간 안에 머물며 그 시간의 설렘을 느껴본다. 여행을 자주 가진 않지만 한 번의 여행이 내 삶 속에 진한 향으로 남는 것을 느낀다.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즐기는 것도 여러 추억이 있어서가 이날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작년에 그렇게 가슴속에 작게 접어 두었던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를 펼쳐 보았다.




바티칸과 피사의 사탑
스위스 인터라켄
밀라노와 크리스마스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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