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성 크리처> 시즌 2 개봉을 맞아 주연 배우 박서준이 가수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 '먹을텐데'에 출연했다. 이 두 사람은 연기, 노래, 음식 등 여러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그중에는 학창 시절 겪은 왕따 피해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박서준은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했으며, 중학교 때도 조용히 지내던 학생이었다고 했다. 성시경 역시 초등학생 시절이 지옥 같았다며 왕따와 폭행 피해를 넌지시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신의 성향이 현재의 연기와 노래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하며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만약 이런 일이 지금의 학교에서 일어났다면 어떠했을까? 현대 사회가 얼마나 닫힌 구조로 가고 있으며, 모든 문제를 정신과적 문제로 돌리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누가 자신의 자식이 제2의 박서준이나 성시경이 되는 것을 반대할까? 박서준은 세계적인 배우이고, 성시경은 데뷔 20년이 넘었음에도 모든 콘서트가 매진될 정도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성공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은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스스로 마주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만약 이 두 사람이 20년 더 늦게 태어났다면 지금의 성공은 이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박서준의 경우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언어 발달이 느렸다면, 오늘날 그는 자폐 스펙트럼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리스페리돈 같은 자폐 스펙트럼 치료 약물이나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런 약물들을 복용했다면 그의 연기에 대한 열망은 결코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약물은 아이를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는 상태로 만드는 데 집중할 뿐, 그들이 겪는 어려움과 극복, 그리고 성장을 경험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성시경의 경우도 비슷하다. 초등학생 시절 괴롭힘을 당하던 그가 지금 "차라리 누군가를 때리는 것보다 낫지 않았냐"며 여유롭게 회상할 수 있는 이유는, 그 경험을 스스로 극복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고 부모나 경찰이 개입했다면 어땠을까? 어른의 관점에서는 사건이 합리적이고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지만, 아이의 관점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빼앗기는 경험이 된다. 성시경이 당시 스스로의 판단으로 견디거나 맞서지 않고 외부 개입으로 해결되었다면, 지금처럼 그 경험을 여유롭게 회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모나 선생님, 혹은 가까운 이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 가만히 두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학교폭력위원회나 정신과 치료처럼 타인의 시선에 국한된 도움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성급한 도움은 당사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마주하지 못하게 하며, 집중해서 들여다보아야 할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엉뚱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타인이 문제라고 하는 것에만 매몰되거나, 아니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겠지 하는 믿음으로 약물 복용에 빠지는 것이 그러한 예시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 본인이 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스스로 해결책을 탐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상담을 하더라도 당사자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깨닫게 하는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당사자는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를 녹음하여 자신의 답변을 들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은 스스로 문제를 마주하고, 극복하며,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바로 이 힘이 오늘날의 박서준과 성시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