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요즘은 어떤가요? 하루 종일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상하게 외롭다고 느낀 적 있나요?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도,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맞추며 열심히 대화해도 집에 돌아오면 “나, 진짜 혼자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죠.
이번 [눈치의 심리학] 연재에 맞는 노래를 찾는 도중 넥스트(N.Ex.T)의 노래 ‘도시인’이 떠올랐어요. 1992년도 발매한 앨범에 수록된 이 노래, 제 나이 또래라면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을 거예요. 반대로 저보다 나이가 있는 사람에게는 “아~ 이 노래? 알지 알지” 라며 그 시절이 떠오르는 추억 속의 노래일지 몰라요. 그만큼 크게 히트했던 노래거든요.
여담이지만, 서태지와 먼 친척 사이였던 신해철은 서태지의 ‘난 알아요’보다 ‘도시인’이 4년이나 앞섰다며, 자신이 한국 최초의 랩 가사를 만들었다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이 노래가 우리에게 ‘눈치’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요?
1990년대에 발표된 이 노래는 도시화랑 산업화로 한창 변화하던 그 시절 한국 사회를 그대로 담고 있어요. 더 나은 삶이랑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시골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죠. 아파트 단지에 빼곡히 들어선 집들, 출퇴근 시간마다 꽉 찬 지하철. 겉으로 보면 다들 가까이 붙어 사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었을 거예요.
그때는 ‘정(情)’이라는 문화가 지금보다 훨씬 진하게 자리 잡혀 있었지만, 산업화랑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사람들한테 낯설고 어색한 부분도 많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도시 속에서도, 왜 우리는 함께 있어도 외로운지 물어보는 듯 해요.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죠? 스마트폰, SNS, 단톡방…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진짜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매일 누군가와 톡을 주고받으면서도 정작 서로의 진짜 마음은 모르는, 그런 관계가 많지 않나요?
대도시에서 산다는 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걸 경험하는 일이죠. 도쿄, 뉴욕, 런던, 파리 같은 도시는 서로 다른 배경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해요. 그런데 한국의 대도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 않으세요? 그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눈치 보는 문화’가 특히 두드러지는 곳이기 때문일 거예요.
어릴 때부터 “눈치껏 행동해라”, “분위기 깨지 마라” 같은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랐잖아요. 그래서인지 집단 속에서 늘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반응을 살피고, 튀지 않으려 애쓰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이런 모습은 대도시 속에서도 그대로 이어지죠.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옷차림을 은근히 살펴보거나, 작은 행동 하나에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게 우리 일상이 된 거예요.
다른 대도시의 사람들은 우리와 조금 달라요. 특히 겉으로 보이는 패션에서 그런 차이가 잘 드러납니다. 한국에서는 유행하는 핏의 바지, 아우터, 신발, 그리고 거기에 딱 맞춘 헤어스타일까지, 마치 정해진 규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비슷한 스타일을 추구하죠. 그런데 뉴욕이나 파리 같은 곳은 완전히 달라요. 거기선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냅니다. 샛노란 정장을 입은 사람, 쫙 달라붙는 가죽 바지를 입은 50대 남성, 크롭티를 입은 배 나온 여성까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요. 정말 눈치 보지 않는 대도시죠.
이렇게 다른 대도시에서는 각자의 개성이 모여 도시의 다양성을 만들어냅니다. 낮에는 각자 자기 일을 하고, 밤에는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져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며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죠.
그런데 한국의 24시간은 조금 특별합니다. 사람들은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목표를 추구하며, 퇴근 후에도 비슷한 장소에서 친구를 만나고, 똑같은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봅니다. 그런데도 동질감보다는 외로움을 느낀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오히려 서로 비슷해지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더 큰 외로움이 생기곤 하죠.
이런 외로움은 나를 점점 더 남들과 비슷하게 만들고, 그 순환이 반복될수록 나 자신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남들 눈에 평범하고 모나지 않게 보이려 애쓰다 보니, 진짜 내 모습은 어디 있는지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고요. 내 감정이나 생각을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솔직하게 내 감정을 표현하고, 내 생각을 말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면,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더 외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잖아요.
오해하지 마세요. 서울이 다른 대도시들보다 못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고유한 멋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 누구보다도 잘 입고, 잘 씻고, 잘 노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니 굳이 "개성을 강조하자"거나 "틀을 깨자"는 또 다른 강박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이 도시의 흐름에 얼마나 동참하고 싶은지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겠죠.
남들이 입는 옷과 먹는 음식을 보며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훌륭한 능력입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남다른 눈썰미를 발휘해 유행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면 되겠죠. 반면, 그런 눈치 싸움이 흥미롭지 않다면 억지로 맞추려 애쓸 필요는 없어요.
오늘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옷이나 헤어스타일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아마도 없을 겁니다. 우리는 남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지만, 그 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주변을 의식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온다면, 마음을 툭 내려놓고 내 멋대로 다녀도 괜찮아요.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 눈치 보고, 또 원하는 만큼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서울과 한국은, 그 자체로 고유한 멋을 지닌 공간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모습이야말로 이 도시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힘이 될 겁니다.
넥스트 - <도시인> 노래 가사
아침엔 우유 한잔
점심엔 FAST FOOD
쫓기는 사람처럼
시계바늘 보면서
거리를 가득메운
자동차 경적소리
어깨를 늘어뜨린 학생들
THIS IS THE CITY LIFE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가슴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
각자 걸어가고 있는거야
아무런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
어젯밤 술이 덜 깬
흐릿한 두 눈으로
자판기 커피 한잔
구겨진 셔츠 샐러리맨
기계 부속품처럼
큰 빌딩 속에 앉아
점점 빨리가는 세월들
THIS IS THE CITY LIFE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가슴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
각자 걸어가고 있는거야
아무런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
한손엔 휴대전화
허리엔 삐삐차고
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
회색빛의 빌딩들
회색빛의 하늘과
회색얼굴의 사람들
THIS IS THE CITY LIFE
아무런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