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좋아하고 멋대로 실망하는 심리
한때 "국민 멘토"라 불리며 요식업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백종원이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의 대표 프랜차이즈 식당인 홍콩반점이 지점마다 맛이 다르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사람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백종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직접 매장을 찾아가 레시피를 점검하고 맛을 평가하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를 본 대중들은 크게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뉘었습니다.
"지점마다 맛이 다르면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매뉴얼이 있어도 점주가 지키지 않으면 더본코리아도 어쩔 수 없다."
현재로선 "프랜차이즈라면 어디서든 같은 맛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백종원 회사의 관리 실패다."라는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입니다.
이와 더불어 백종원표 스팸(Spam)에 해당하는 '빽햄' 논란까지 있죠. 빽햄은 더본코리아의 스팸과 같은 상품입니다. 이 상품의 가격과 고기 함량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은 할인율이 높아보이기 위해 정가를 높인 것 아니냐는 의혹과 고기 함량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백종원은 원가와 제품 특성상 불가피하다고 직접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백종원의 전문성과 신뢰도가 절대적이었는데, 어째서 그를 향한 잣대가 더 날카로워진 것일까요?
이 사건은 단순한 맛 논란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중이 한 인물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책임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심리적 현상이기도 합니다.
백종원을 향한 여론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는 이 안에서 어떤 심리를 분석해 볼 수 있을까요?
CEO가 브랜드의 중심이 되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소비자들이 CEO를 신뢰하면 자연스럽게 브랜드도 신뢰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CEO가 직접 홍보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죠. CEO가 논란에 휘말리면 회사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대표가 너무 강한 색깔을 가지면 조직이 다양성을 잃고 유연하게 변화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후계자 문제입니다. CEO가 빠졌을 때 브랜드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요? 많은 기업들이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을 어려운 말로 하면 '오너리스크'라고 합니다.
오너리스크는 기업의 창업주나 대주주 같은 ‘오너’의 행동이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 말합니다. 쉽게 말해, 회사 대표가 문제를 일으키면 기업 이미지도 함께 망가지는 거죠. 예를 들어, 대표가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거나 갑질 논란에 휘말리면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지고 주가도 급락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기업의 대표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을수록 오너리스크는 커집니다.
회사 자체를 상징하는 사람은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있습니다. 이 사람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죠. 일론 머스크가 곧 테슬라이며, 그가 운영하는 여러 회사를 상징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혁신을 추구하는 리더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미래를 그리고 이를 빠른 속도로 실행에 옮깁니다. 테슬라, 스페이스 X, 뉴럴링크 같은 회사들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고, 그는 항상 '지금까지 없던 것'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머스크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극단적으로까지 보이는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밀어붙이죠. 그만큼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반면, 백종원은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리더입니다. 백종원은 음식 사업과 창업 교육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는 요식업 시장을 분석하고, 일반인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며 실용적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머스크처럼 "못 버틸 거면 나가. 아님 내가 내보낸다"라는 식이 아니라 '우리 같이 잘해보자'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가 줄곧 내세우는 키워드가 '상생'이나 '지역 균형 발전' 등인 이유도 설명이 되는 듯하죠.
일론 머스크가 "미래를 개척하는 리더"라면,
백종원은 "현실적인 해결책을 주는 멘토" 같은 느낌.
그렇다면 이들을 따르는 대중들의 마음은 어떻게 다를까요?
일론 머스크를 따르는 사람들은 혁신을 좋아하고 미래 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머스크의 회사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철학을 지지합니다. "우리는 미래를 바꾸는 혁신을 함께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고, 마치 함께 모험을 떠나는 듯한 설렘을 공유합니다. 애초에 머스크에게 바라는 것은 탁월한 안목과 혁신이기 때문에, 그 이외에 머스크의 행동, 발언, 도덕 등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가 가져오는 결과에만 집중할 뿐이니까요.
반대로, 백종원을 따르는 사람들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길 원합니다.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백종원의 조언은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이 사람 말대로 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슬픔과 고난으로 가득한 나의 삶을 치유해 줄 구원자처럼 느끼는 것이죠. '상생', '균형', '도덕'을 외치는 백종원을 "백선생님"으로 공손하게 부르는 마음도 여기서 비롯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AI, 전기차, 우주 산업을 주도하는 만큼, 자신의 철학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이상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하지만 머스크가 가진 역설은 그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발생합니다.
완전자율주행이 보편화되고 인류가 실제로 화성에 도착한다면, 그다음에는...? 그리고 그다음이 이루어졌을 때 그다음은!? 이렇게 끊임없는 혁신을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언젠가 맞이할 정체기(혹은 안정기)에서 그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해야 합니다.
백종원 역시 대중과 소통하며 영향력을 이어가려 할 것입니다. 창업과 외식업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는 한, 그의 현실적인 조언과 노하우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모든 이들의 다양한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농민을 위하면, 왜 점주를 책임지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고,
점주를 위하면, 왜 소비자를 외면하느냐는 비판이 따릅니다.
소비자를 우선하면, 왜 돈만 보고 장사하느냐는 지적을 받고,
지역을 위해 결정하면, 혹시 정치를 하려는 것이냐는 의심을 받습니다.
인간이 전지전능하지 않은 이상, 공격받을 이유는 무한합니다.
결국, ‘선한 영향력’이라는 이미지가 더 이상 절대적인 보호막이 되지 않을 때, 모든 방향에서 동시다발적인 비판을 받을 가능성은 더욱 커집니다. 함부로 비판해선 안 되는 성역처럼 존재하던 인물이 한순간 모든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이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친절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유부단한 거였고,
늘 밝고 유쾌하던 사람과 결혼하고 보니 나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더라.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사람을 대할 때도 그렇지만, 우리가 리더를 평가하는 시선도 똑같습니다.
혁신을 외치는 머스크는 그 혁신을 현실로 만들수록 점점 더 위태로워집니다. 늘 과거보다 뛰어난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의 매력은 즉시 추락할 테니까요.
같은 논리로,
성공한 외식사업가인 백종원이 정말로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배신감을 느낍니다.
특히, 최근 더본코리아가 주식 시장에 상장하면서, 대중에게 '돈'이라는 민감한 주제로 다가왔죠. 여기에 프랜차이즈 관리 문제와 빽햄 논란까지 겹쳤습니다. 그래서 백종원은 더 이상 우리를 이끌어 줄 선지자이자 구원자가 아니라, 돈을 버는 사업가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어떤 기대를 품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그 기대가 정확히 실망의 원인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좋아하는 이유가 싫어하는 이유가 돼버리는 것이죠.
심리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스스로 옳다고 설정한 믿음과 현실이 충돌할 때 큰 혼란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은 완벽해"라고 믿고 사랑했지만, 살다 보면 그 사람의 허점과 실망하는 점을 발견하게 되죠. 이때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납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기대치를 조정하는 경우("그래~ 사람이 어떻게 모든 것에 완벽할 수 있겠어.")
상대를 비난하며 감정을 정당화하는 경우("저 사람한테 이런 면이 있었다고!? 이건 사기 결혼이야!")
두 번째 경우, 처음에 좋아했던 마음이 크면 클수록 실망과 미움은 더 강력하게 발생합니다. 과거의 기대와 현재의 실망이 부조화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처음 설정했던 그 기대가 사실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백종원도 ‘선한 영향력’이라는 이미지메이킹을 했지만, 결국 그걸 받아들이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만든 건 우리 자신이었으니까요.
우리가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하는 심리. 참 흥미롭지 않나요?
그리고 이런 심리는 빠르게 변하는 여론과 감정의 흐름, 여기에 오너리스크까지 맞물리면서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백종원은 그가 늘 해오던 방식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것은 백종원이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