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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는 심리학적 이유

by 황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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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으로 이재명 후보가 대승적으로 대선 출마를 포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람들이 영웅에게 기대하는 것은 강한 힘이 아니라 희생정신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예상대로 '희생' 대신 '현생'을 선택했고, 차기 대통령직에 대한 욕심이 오히려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글의 설명을 보충하며, '어벤져스' 영화를 다시 예로 들어보자. 영화의 흐름에서 악당은 타노스, 영웅은 어벤져스 히어로들이다. 타노스는 우주 과잉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 생명의 절반을 없애려는 극단적인 시도를 한다. 반면, 어벤져스는 이를 막기 위해 힘을 모은다.


이 영화가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히어로들의 멋진 액션 장면 때문만이 아니다. 생명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영웅들이 크고 작은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바쳐 마지막을 장식한 아이언맨은 어벤져스 팬들에게 영원한 히어로로 남았다. 그리고 그는 위기의 마블을 구원하기 위해 화려한 복귀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어벤져스 영화가 2시간 내내 타노스가 처맞고 쓰러지는 장면만으로 채워졌다면 어떨까? 번개에 맞고, 도끼에 찍히고, 총에 맞고, 주먹과 발차기로 두들겨 맞고, 화살에 관통당하며, 초능력과 레이저로 지져지는 장면만 계속된다면, 관객은 점점 "잠깐만, 이거 좀 너무한데? 타노스 입장도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심리가 형성된다. 그런 마음으로 타노스의 입장을 들어오면 타노스의 논리가 아주 틀린 것도 아닌 것 같고 나름의 대의 명분에 설득되기도 한다.


악당이 고통받는 장면은 일시적인 통쾌함을 줄 수 있지만, 이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만약 영화의 결말에서 아이언맨이 타노스의 목을 들고 "봐요, 제가 이겼어요! 잘했죠?"라며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통쾌함은커녕 아이언맨의 잔혹함이 오히려 부각될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영화 '배트맨'에서 조커가 몇 날 며칠 동안 두들겨 맞는 장면만 나온다고 상상해 보자. 결과는 같을 것이다. 심지어 성경 이야기 속 예수님조차, 자신을 핍박하던 통치자를 직접 쳐들어가 잔인한 복수극을 펼쳤다면, 자비로운 구원자가 아닌 무자비한 파괴자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결국, 강렬한 서사의 힘은 단순히 누군가를 처벌하거나 격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희생과 감동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에 있다.

출처: imgflip

인간이 정치를 대하는 심리는 시소와 같다. 한쪽을 강하게 누르면 반대쪽이 그만큼 올라간다. 국민의힘에 대한 미움을 강하게 드러낼수록, 그 반대편에서는 "이재명만큼은 안 된다"는 심리가 똑같이 작용한다. 만약 칼자루를 쥔 민주당이 조기 대선에서 승리를 원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여론에서 최대한 언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포트라이트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에 사람들의 시선을 국민의힘과 그들의 지지자들까지도 포용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희생‘과 ’결단‘이라는 키워드는 국민의힘이 가져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민주당은 이러한 감동의 서사를 써 내려가진 못할 것 같다.


사람들은 통쾌한 복수극을 응원하지만, 정작 그 복수의 장면을 자세하고 길게 이어지면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감동의 명작이 아닌 19금 느와르나 호러 영화로 기억에 남는다.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는 "분명 복수를 원한다고 했잖아? 그래서 열심히 했는데, 왜 이제 와서 욕을 하지?"라는 당혹감을 드러내는 것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결국, 진정한 승리를 원한다면 상대를 압도하려는 칼춤이 아니라, 포용과 화해의 탱고를 춰야 한다. 그게 가능했으면 이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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