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한국의 토니 스타크는 탄생할 것인가?
사람의 심리는 긍정보다 부정에 빠르고 강하게 반응한다. ‘이걸 하자’라는 메시지보다, ‘저걸 하면 큰일 난다’는 원초적이고 강력한 경고에 사람들은 반응한다. “서로를 사랑합시다”라는 말은 심심하지만, “저 놈을 때려죽이자”는 말에는 귀가 열리는 심리와 같다.
이처럼 정치적 결속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설적으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힘에서 나온다.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 지형도 이러한 논리에 충실하다.
국민의힘은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는 강렬한 부정적 에너지로 얼마 안 남은 결속을 유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과 현 정권을 향한 불신과 적대감으로 단단히 뭉쳐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움의 힘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그 힘은 순간적으로 강력하지만, 결국 분열을 낳고, 진정한 혁신이나 비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는 누구나 학교나 직장에서 경험했을 법한 ‘공공의 적’을 향한 뒷담화와 왕따 문화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 미움으로 결속한 관계는 쉽게 무너지고 만다.
지금처럼 상황이 흘러가면, 4~5년 후에는 여당과 야당이 이름만 바뀌어 있을 뿐 똑같은 상황은 반복된다.
정치적 대결의 악순환을 끊어낼 방법은 단순하지만 혁명적이다. 바로, 미움의 대상이 스스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재명이 대통령 선거에서 대승적 결단으로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국민의힘을 결속시키던 마지막 남은 에너지마저 사라질 것이다.
지금의 여당은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는 공포를 자양분 삼아 유지되고 있다. 만약 그 대상이 사라진다면, 국민의힘의 내부 결속은 균열이 일어나고, 현 정권을 심판하려는 국민적 에너지는 보다 순수한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재명의 불출마는 단순히 더불어민주당을 위한 희생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영웅적 행위가 될 수 있다. 영웅의 탄생에는 항상 위기 속에서의 자기희생이 따른다. 역사 속 영웅들은 자신만의 이익을 지키기보다 더 큰 가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마치 어벤저스의 토니 스타크가 핑거 스냅으로 지구를 지켜냈듯, 이재명이 대권을 포기한다면 그 행위는 단순히 정계 은퇴가 아니라 민주적 가치를 위한 상징적 희생으로 읽힐 것이다.
영웅은 결코 쉽게 태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눈앞에 있을 때 이를 포기하기 어렵다. 지금 상황에서 다음 대통령이라는, 마치 떠먹기만 하면 되는 호화로운 밥상을 엎어버릴 용기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희소한 자질이다.
그러나, 만약 이재명이 스스로 한 발 물러서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이는 단순한 희생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 문화의 변화를 촉발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 결정은 두 가지 면에서 강력한 효과를 낳을 것이다.
첫째,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외치는 국민'이라는 순수한 여론의 지지 기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국민의 정서를 180도 돌릴 수 있는 전략이다.
둘째, 국민의힘 내부의 결속력은 약화될 것이다. 미움으로 결속한 정치 집단은 미움의 대상이 사라졌을 때 본질적인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결단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재명뿐 아니라, 어떤 정치인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조차도, 손만 내밀면 금세 닿을 것 같은 야망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영웅적 인물은 언제나 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그 영웅은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초월한 자기희생을 통해 국민적 신뢰와 존경을 얻었다.
현 정국은 대결과 미움의 악순환에 갇혀 있다. 이 틀을 깨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5년마다 “미워하는 힘”에 기반한 정치적 대결을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대승적 결단으로 이 순환을 끊는다면, 그 사람은 단순한 정치인을 넘어 시대의 영웅으로 남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결단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정치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영웅의 탄생은 늘 어렵고 희귀하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정국은 새로운 영웅을 간절히 필요로 하고 있다. 과연, 그런 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또다시 미움의 힘에 의존해 다음 정권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이는 현재 정국의 가장 큰 시험이자,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자.
어벤저스에서 자기희생으로 인류를 지켰던 토니 스타크는
마블이 위기를 맞이한 지금 이 순간, 화려한 복귀를 예고하고 있다.
부정 편향(Negativity Bias): 인간은 긍정적 자극보다 부정적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하고 오래 기억합니다. 이는 생존 본능과 연관되며, 잠재적인 위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진화한 결과입니다. 예컨대, "이것을 하지 않으면 당신의 삶이 위험하다"는 메시지는 "이것을 하면 당신이 성공한다"는 메시지보다 행동을 유도하기 쉽습니다.
집단 심리(Dynamics of In-Group and Out-Group): 사회심리학에서 한 집단은 다른 집단(Out-group)을 적대시할 때 내부 결속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 대 그들’ 구도로 정치적 지지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의 핵심입니다.
공공의 적(Common Enemy Effect): 집단 내부의 갈등이 있더라도 외부의 적이 명확히 존재할 때, 내부 결속이 강화됩니다. 이는 전쟁, 운동 경기, 또는 정치적 대립 상황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카리스마적 리더십(Charismatic Leadership): 막스 베버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위기 상황에서 등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이 불안정한 환경에서 해결책을 원할 때, 희생과 결단을 보여주는 지도자를 카리스마적으로 추앙합니다.
영웅 신화(Monolithic Hero's Journey): 조셉 캠벨의 ‘영웅의 여정’은 영웅이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면서 개인적 희생을 통해 집단적 가치를 구원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위기의 순간에 영웅은 개인의 욕망을 초월하고 더 큰 가치를 위해 자신을 바칩니다.
도덕적 우위(Moral Elevation): 사람들이 이타적 행동을 목격하거나 듣게 되면, 도덕적 감동(Moral Elevation)을 느끼며 영웅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이를 모방하려는 동기가 생깁니다.
불안 감소와 안정 욕구: 정치적 혼란기나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대중은 혼란을 해결하고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구원자’를 기대합니다. 이는 안전 욕구와 심리적 안정감 추구에서 비롯됩니다(매슬로우의 욕구 2단계).
사회적 상징(Social Symbolism): 영웅은 개인의 희생과 업적으로 집단의 신념과 가치를 상징하는 존재로 기능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이러한 상징적 리더는 집단 정체성을 강화하고 공동체를 재정비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위기와 리더십 모델: 정치적, 경제적 위기가 심화될수록 대중은 이상적 리더를 추구하며, 이 리더가 상징적으로 위기를 극복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됩니다. 이는 심리학적 '구속과 해방’ 모델과도 연관됩니다.
감정 전환(Emotional Reappraisal): 부정적 에너지는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특정 대상에 대한 미움을 집단적 가치 실현이나 새로운 목표로 대체하면, 에너지는 파괴적이기보다 창조적인 방향으로 흐릅니다.
집단 사고(Groupthink)와 혁신의 균열: 미움에 의한 결속은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내부 혁신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희생적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이 글을 심리학적 측면으로 사회 현상을 진단하고 분석한 글이며,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지지 또는 비판하는 글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