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계엄을 발동한 대통령의 심리

by 황준선

서서 죽을지언정 무릎 꿇지 않겠다는 의지, 비상계엄

윤석열 대통령이 특유의 “서서 죽을지언정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건은, 그가 정치적 위기 속에서 보여주는 고유한 심리적 성향과 리더십 스타일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영부인을 둘러싼 특검 요구와 복잡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낮은 지지율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대통령직에 오른 이후 줄곧 보여온 그의 리더십 스타일은 '타협'보다 '단호한 결단'에 무게를 두었다.


의리 중심의 리더십이 한계에 부딪히다

외향성이 높은 윤석열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의리'이다.

윤 대통령은 가족 관계부터 가까운 정치적 동지들, 그리고 여야 정치인까지 자신과 얽힌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의리를 중시하는 리더십을 추구해 왔다.

외향성이 높은 심리를 가진 인물답게, 그는 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자신과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하지만,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특히 '내가 잘 아는 사람' 또는 '잘 아는 사람이 추천한 사람'을 중요시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그가 그동안 지켜왔던 가치와 의리 중심의 태도가 한계에 부딪혔음을 의미한다.


끝끝내 포기할 수 없던 관계와 의리

윤 대통령은 가까운 관계와 의리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나와의 관계 속에 '전 국민'이 포함될 수는 없다. 자신의 사람을 아끼고 돌볼수록, 대다수의 국민의 마음은 돌아섰다. 그렇게 점차 상황이 악화되어도 그가 신념처럼 여기는 의리를 포기하려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는 내 사람이라면 끝까지 곁에 두고 믿는 사람이기에, 자신의 사람이 하나 둘 곁을 떠나는 사실 자체가 큰 상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협조와 굴종의 갈등

정치인은 정치적 협조를 위해 비굴한 모습을 보여야 할 상황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외향성이 높은 사람 입장에서는, 차라리 포기했으면 포기했지 '가오'가 빠지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런 성향이 윤 대통령의 “굴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나타났고, 이러한 모습은 더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굽신거리지 않는 '을'에게 마음을 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그에게 더 큰 딜레마로 작용했을 것이다.


섬세함과 치밀함의 부족

외향성이 높은 사람의 일반적인 특징처럼, 윤 대통령에게는 섬세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주도면밀하게 실행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는 문제를 하나하나 천천히 풀어가기보다는, 한 번에 해결하려는 결단형 접근을 선호한다.


따라서 이 복잡한 상황을 섬세하고 체계적으로 풀어나가는 대신, 모든 것을 단칼에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 후,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주도면밀하게 의회를 장악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못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비상계엄: 풀지 못할 실타래라면 차라리 잘라버리겠다

비상계엄은 바로 이러한 상황과 심리에서 나온 극단적 조치였다.

그는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거나 의리만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굴종적인 태도로 협조를 구하거나, 복잡한 계획을 짜는 대신, “모든 것을 내가 통제하겠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는 '무릎을 꿇느니 서서 죽겠다'는 식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왜 하필 지금?

이 질문에는 아무도 답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유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외향성이 높은 사람은 치밀하지 않다. 이런 성향의 리더십은 자잘한 일이나 단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믿는 사람에게 권한을 크게 넘겨주고, 잘하면 통 크게 칭찬을 해주고, 반대로 못해도 통 크게 격려하는 것이 윤 대통령이 믿는 자신의 역할이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를 고민하기보다는 비상계엄이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리는 건 자신의 몫이고, 그 전후로 벌어지는 세세한 일들은 자신이 믿는 사람들의 일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영부인 역할의 아이러니

영부인의 심리 성향은 알 수 없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다름 아닌 바로 어제 영부인과 같은 조력자가 필요했다. "우리 바깥사람은 아무것도 몰라요 어휴"라는 말은 내가 챙겨주지 못하면 손해만 보는 미련한 남편이라는 애증이 담긴 말이다. 만약 이른 오후 카페에서 만난 유부녀들의 모임에서 이런 얘기가 들린다면, 사실 그 부부는 사이가 좋은 것이다.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쁘거나 무능력한 사람은 없듯, 윤 대통령도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제와 같은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제지해줄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영부인이었다. 그런 부족한 부분을 적재적소에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인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영부인이 무엇때문에 낄 자리에 끼고, 빠질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정확히 그 반대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길 싫어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어제의 빈자리가 아쉽게 느껴질 뿐이다.



참고 자료

의리 대통령 윤석열의 심리

윤석열과 비슷한 심리 성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 1

윤석열과 비슷한 심리 성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 2


이미지 출처: chatGPT



참고 문헌

Ashton, M. C., & Lee, K. (2007). "Empirical, theoretical, and practical advantages of the HEXACO model of personality structur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1(2), 150-166. 이 논문은 외향성의 긍정적 측면(사회적 관계 형성, 감정 표현)에 초점을 두면서도, 높은 외향성이 지나친 충동성, 주의산만, 갈등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설명.


Costa, P. T., & McCrae, R. R. (1992). NEO PI-R Professional Manual. Odessa, FL: Psychological Assessment Resource.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은 흥미로운 활동을 추구하지만, 반복적이고 세밀한 작업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관계 중심적 행동이 과도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


Wilt, J., & Revelle, W. (2009). "Extraversion." Handbook of Individual Differences in Social Behavior, 27-45.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사회적이고 활동적인 환경을 선호하며, 이러한 특성이 피로감, 지나친 자극 추구, 그리고 관계에서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논의.


Lucas, R. E., & Diener, E. (2001). "Understanding extraverts’ enjoyment of social situations: The importance of reward sensitiv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1(2), 343.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 보상에 민감하며, 이러한 보상 추구가 지나친 사회 활동과 스트레스 유발로 연결될 수 있음을 강조.


John, O. P., & Srivastava, S. (1999). "The Big Five trait taxonomy: History, measurement, and theoretical perspectives." Handbook of Personality: Theory and Research, 2, 102-138. 외향성은 활력과 사회성을 증진하지만, 이러한 특성이 지나친 자기과시와 무분별한 행동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경고.


Leary, M. R., & Kowalski, R. M. (1995). "Impression management: A literature review and two-component model." Psychological Bulletin, 107(1), 34-47. 외향적인 사람들은 관계와 평판에 민감하여, 사회적 상황에서 과도한 자신감이나 다른 사람의 기대를 지나치게 의식할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


Grant, A. M., Gino, F., & Hofmann, D. A. (2011). "Reversing the extraverted leadership advantage: The role of employee proactivity."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4(3), 528-550. 외향성이 높은 리더는 주도적인 팀원들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지나친 에너지 분산이 조직 내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음을 논의.


Eysenck, H. J. (1967). The Biological Basis of Personality. Springfield, IL: Thomas. 외향성의 생리적 기초를 설명하면서, 높은 외향성이 자극 추구와 행동적 충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생리학적으로 논의.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심리학이 알려주는 정우성 사태의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