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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속 심리학] 루이스 헤이

모든 관계는 자신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by 황준선

반짝이는 모임 뒤의 그림자

사람들이 늘 주변에 있는 내가, 이렇게 외로울 줄은 몰랐다.

나는 동네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다. 아니, 유명하다고 하기엔 조금 과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서윤정”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나는 모임의 리더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를 정말 좋아한다. 모임을 열고, 사람들을 웃기고, 분위기를 띄우는 게 내 역할이다.

하지만 요즘 나는 이 역할이 조금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늘 밝고 활기찬 사람, 서윤정

처음 모임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는 완벽히 행복했다. 동네 사람들이 내 집 거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웃고 떠드는 그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 사람들 사이에서 중심이 된다는 게 너무 좋았다.

사람들은 나를 “분위기 메이커”라고 부르며 웃어주었고, 나는 그 웃음 속에서 내 존재감을 느꼈다. 나는 매주 새로운 멤버를 모으고, 모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열정을 쏟았다. "책을 읽으며 나누는 지적인 대화"라는 명목으로 시작된 모임은 점점 더 커졌다.


관계의 틈새가 보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오랜 친구 소영이 이런 말을 했다.
“윤정아, 너는 사람들을 모으는 건 진짜 잘해. 근데 가끔은 진짜 대화는 부족한 것 같아. 그냥 분위기만 즐기고 끝나는 느낌?”

처음엔 조금 억울했다. 나름 책 이야기도 하고, 사람들이 내 덕분에 즐겁게 웃었는데, 뭐가 문제라는 거지? 하지만 소영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날 밤, 모임에서 사람들이 떠난 후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사람들을 모으긴 했지만, 정작 내가 남은 건 뭐지?’ 떠올려보니 그날의 대화는 농담과 가벼운 이야기로만 채워졌다. 정작 진지한 대화에서는 겉돌기만 했다.


모임은 커졌지만, 나는 점점 작아졌다

이런 불편한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다. 나는 여전히 모임에서 활기차게 웃고 떠들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더 텅 빈 느낌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멤버가 나를 향해 직설적으로 말했다.
“윤정님, 우리 독서 모임이 맞는 거죠? 요즘은 책보다는 그냥 사람들이 모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진짜로, 내가 그랬던 것 같았다. 모임은 커졌지만, 깊이 있는 대화나 성취감은 사라져 있었다. 아니 내가 하는 모임이 독서 모임이었던 것 조차도 까먹었던 것 같다.


외로움과 마주하다

그날 밤, 소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영아, 나... 그냥 솔직히 말할게. 나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길 바랐어. 그래서 모임도 열심히 준비했고, 다들 나를 필요로 한다고 느꼈거든. 근데 요즘엔 그냥 공허해. 난 대체 뭘 위해 이렇게 하고 있는 걸까?”

소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윤정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는 것도 좋지만,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봐. 꼭 다수의 사람들이 필요할까? 그냥 우리끼리만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보는 건 어때?”


깊은 대화, 작은 변화

다음 주, 나는 소영과 몇몇 가까운 멤버들만 초대했다. 예전처럼 큰 모임도, 화려한 아이디어도 없었다. 대신 모두가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나누었다.

처음엔 어색했다. 하지만 점차 사람들은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고, 나는 그 대화 속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채워지는 걸 느꼈다. 이건 이전의 겉도는 웃음과는 달랐다.

그날 이후, 나는 모임의 방향을 조금 바꿨다. 더 작은 규모, 더 깊은 대화. 사람들을 즐겁게 웃기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제는 진짜로 연결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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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lationship you have with yourself sets the tone for every other relationship you have.

- Louise Hay -
모든 관계는 자신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관계의 깊이를 찾아서

나는 여전히 사교적인 사람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나의 일부라는 것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내게 중요한 관계와 가벼운 관계를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수십 명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단 한 사람과의 깊은 대화가 더 큰 위로와 만족을 준다는 걸 배웠다.

지금도 독서 모임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이제는 더 작고, 더 진지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더 행복하게.


중요한 것은 나와의 관계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일수록, 관계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관계의 크기와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나의 진정한 가치를 채워주는 것은 아니었다.

모임은 반짝이는 순간들로 가득했지만, 그 뒤엔 나만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 그림자를 마주하며 나는 조금 더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 지금 나처럼 화려한 관계 속에서 공허함을 느끼고 있다면, 한 번쯤 멈춰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나는 진짜로 무엇을 원하고 있지?"

그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 바로 나에게 있었다.




루이스 헤이(Louise Hay)는 미국의 작가이자 자기계발 전문가로, 심리적 치유와 긍정적 사고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설파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1984년 출간된 베스트셀러 *"You Can Heal Your Life"*로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책은 자기 사랑, 긍정적인 확언, 그리고 내면의 힘을 통해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자기계발 분야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루이스 헤이는 힘든 어린 시절과 암을 극복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희망과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루이스 헤이는 1985년 Hay House라는 출판사를 설립해 전 세계 수백만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과 콘텐츠를 제공했습니다. 그녀의 철학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신념을 버리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받아들이는 데 중점을 둡니다. 특히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와 같은 긍정적 확언을 실천하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녀는 2017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가르침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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